[사설]위기의 조선업, 돌파구는 구조조정

세계 1위라는 한국 조선업계가 대규모 손실을 내는 등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조선업 업황 악화에 따른 경영위기가 1차 원인이지만 핵심기술 부재, 경영전략 실패, 분식회계 의혹 등 복합적 문제가 작용한 결과다. 조선강국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조선업계 차원의 기술혁신과 뼈를 깎는 사업구조조정은 물론 정부와 금융당국도 부실 감시와 산업 구조조정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할 것이다.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낸 데 이어 이번에는 2위인 대우조선해양과 3위인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손실을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2분기 잠정실적에 2조원대의 손실을 반영할 예정이고, 삼성중공업도 조 단위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를 주름잡던 한국 조선업계가 대규모 손실을 낸 데에는 무엇보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조선업 불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해운업 부진과 저유가 등의 여파로 2~3년 전부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준 데다 선가마저 하락했다. 특히 조선 3사가 조선수주 불황의 타개책으로 싹쓸이했다는 해양플랜트는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아 대규모 손실을 입으며 경영 악화의 주역이 됐다. 조선 3사는 해양플랜트를 차세대 사업으로 선정해 덜컥 뛰어들었지만 기본설계 기술과 핵심 기자재 생산 능력이 없어 해외에 맡기다 보니 설계변경과 공정지연, 인도지연 등의 책임을 모두 떠안아야 했다.  이처럼 조선 3사의 경영부실이 심화되는 데도 정부와 채권은행단은 물론 신용평가사, 증권사 어느 한 곳도 제대로 감시하거나 예측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손실을 더 키웠다. 2000년 출자전환 이후 지분 31.46%를 보유한 대우조선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자사 재무본부장 출신을 임명했으면서도 최근까지 손실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신평사는 봐주기식 평가를 했고, 증권사는 매수 일변도의 투자보고서를 냈다. 조선 3사를 위기에 빠트린 대외여건은 하반기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종의 부실이 다른 업종으로 전염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선업계는 실적부진 쇼크를 플랜트사업부의 구조조정 등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대우조선 분식회계에 대한 면피성 의혹 규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조선업 등 과잉투자 산업의 구조조정 속도와 강도를 높여 부실을 과감히 털어내는 주도력을 발휘하길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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