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홍씨 회갑잔치 '봉수당진찬도' 보물 예고

희경루방회도, 광개토대왕명 호우, 삼화령 석조미륵여래삼존상 등 3건도 보물 지정 예고

봉수당진찬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정조가 부친인 사도세자를 참배하기 위해 행차한 주요 장면들을 그린 8폭 병풍 '화성능행도병' 중 1폭인 '봉수당진찬도'가 보물로 지정예고 됐다. 이 그림은 1795년 정조가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顯隆園)을 참배하기 위해 행차했을 때,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인 진찬례(進饌禮)를 열었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봉수당진찬도'는 1970년대 재일교포가 동국대학교 박물관에 기증한 작품으로, 비록 낱폭이지만 작품성은 그 어떤 8폭 병풍이나 다른 낱폭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작품의 상태도 양호하고 화면구성이나 원근법 사용방식 등에 있어 18세기 말~19세기 초의 궁중기록화 양식을 잘 보여준다. 이 그림이 포함된 '화성능행도병'은 조선 시대 궁중행사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서, 양식적 특징은 물론 제도적인 면에서도 후대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크다.봉수당진찬도 외에도 문화재청은 24일 ▲희경루방회도(喜慶樓榜會圖) ▲경주 호우총 출토 청동 ‘광개토대왕’명 호우▲경주 남산 삼화령 석조미륵여래삼존상 등 3건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희경루방회도'는 1546년(명종 1) 증광시(增廣試,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임시로 실시된 과거시험) 문·무과 합격 동기생 5명이 1567년(선조 즉위) 전라도 광주의 희경루에서 만나 방회(榜會, 과거 합격자 동기모임)를 가진 기념으로 제작한 그림이다. 이 역시 동국대학교 소장으로 1531년 시행된 신묘생진시(辛卯生進試)의 합격 동기생들이 1542년에 만나 제작한 '연방동년일시조사계회도(蓮榜同年一時曹司契會圖)'와 함께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는 16세기 방회도(榜會圖) 2점 중 하나이다. '경주 호우총 출토 청동 ‘광개토대왕’명 호우'는 1946년에 은령총(銀鈴塚)과 함께 발굴한 호우총(140호 고분, 노서동 213번지)에서 출토된 그릇으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415년(고구려 장수왕 3)에 제작된 광개토대왕의 호우 10개 중 현존하는 유일한 청동 유개합(有蓋盒, 뚜껑이 있는 그릇)이다. 고구려가 아닌 신라 고분에서 출토돼 고구려와 신라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자료다.

경주 남산 삼화령 석조미륵여래삼존상

'경주 남산 삼화령 석조미륵여래삼존상'은 삼국유사에 조성내력이 기록되어 있는 신라 시대 불상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소장으로, 삼국유사에 따르면 644년(선덕여왕 13)에 도중사(道中寺)의 생의(生義) 스님이 꿈속에서 어떤 스님이 자신을 꺼내어 안치해 달라는 말을 듣고, 경주 남산 북봉을 찾아가 삼존상을 발굴해 삼화령(三花嶺)에 봉안했다고 전해진다. 이 불상은 신라 경덕왕 때의 승려 충담사(忠談師)가 중삼중구절(重三重九節, 3월 3일과 9월 9일)에 차를 공양하였다는 ‘삼화령 미륵세존’으로 비정(比定)됨에 따라, 정확한 하한연대를 알 수 있는 고신라 불교조각의 기준자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신라 시대에 화랑(花郞)을 미륵의 화신(化身)으로 여겨 많은 미륵상을 제작한 역사적 사실과 신라화(新羅化)된 미륵신앙의 핵심적 단면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등, 이 불상이 한국 불교조각사상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비중은 매우 크고 중요하다"고 했다.문화재청은 이 유물들에 대해 30일간의 지정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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