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확산으로 정신이 팔린 사이, 서울시가 18일 대중교통요금 인상안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 12일 '보류 결정'을 내렸던 물가대책심의위원회를 긴급하게 열어 지하철 200원, 버스 150~450원 요금 인상안을 표결 처리한 것이다. 최종 확정된 요금 인상안은 20일 박원순 서울시장 명의로 공고된다. 오는 27일 첫 차부터 인상된 요금이 적용된다. 그런데 시의 요금 인상안 처리 과정은 '소통'을 강조하는 서울시의 방향과 영 동떨어져 보인다. '행정처리'보다는 마치 '군사작전' 같았다. 목표를 위해 절차는 아랑곳 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날 물가대책위에서 시는 반대 측에서 줄기차게 요구한 공청회 개최나 버스준공영제 개선 등에 대한 보완계획도 없이 기존 안을 그대로 내밀었다. 요금 인상은 거스를 수 없는 일이라 보고 '배짱을 부리는' 모습이었다. 위원들은 속속 찬성표를 던졌고 원안대로 통과됐다. 그러자 서울시 교통담당 공무원들은 얼마나 기뻤는지 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언론에 결과를 흘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20명의 참석위원 중 5명의 공무원을 제외하면 반대 8표, 찬성 7표로 부결되는 안건이었다. 물가대책심의위에 공무원이 왜 당연직으로 참석하는지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기도 했다.김경호 시 교통본부장은 이에 대해 이날 브리핑에서 '행정 신뢰'와 '경기ㆍ인천 등 타 시도ㆍ기관들이 올린 요금을 못 받게 된다'는 점을 들었다. 한 마디로 타 시도ㆍ기관들과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그러나 행정기관간의 약속ㆍ신뢰보다 더 소중한 게 있다. 시민들과의 소통, 투명하고 믿음이 가는 행정이 바로 그것이다. 시는 이번 요금 인상 과정에서 전혀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의회에서는 일주일간 단 두차례 회의를 열어 의견청취안을 처리했다. 그래놓고 '100만 시민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강변했다. 시는 매번 요금 인상 때마다 비슷한 약속을 했다. 버스 준공영제 허점 보완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그럼에도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시시때때로 눈 먼 돈이 버스 업체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어왔다. 하지만 실천은 없었다. "추후엔 사전 공청회 등을 제도화하겠다"는 맹세도 공염불이었다. 인상 시점도 묘하다. 메르스로 시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요금 인상이라니. 노동당 서울시당 등이 시민 5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참여기본조례에 의거해 요청한 시민공청회는 하지도 않은 채였다. 이는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주민 참여를 보장하라"는 해당 조례를 정면으로 어긴 행위다. 요금 인상안이 통과된 후 브리핑에 나선 김경호 교통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대중교통은 서민의 발이며 요금 인상은 서민의 호주머니 사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래서 그에게 묻고 싶다. "주민 참여를 충분히 보장하면서 이해를 구했는가. 여전히 절차만 요식행위로 밟으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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