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관중(管仲)과 총리의 친구

전필수 증권부장

"나는 관중(管仲)이다." 삼국지 최고의 캐릭터인 제갈량은 출사하기 전 농부의 신분일 때 친구들에게는 주(州)나 군(郡)의 수령을 맡을 그릇이라 평하면서 자기는 관중에 비유했다. 우리에겐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유명한 관중은 제갈량이 롤 모델로 삼을 정도로 명재상의 표본인 인물이다.  하지만 관중의 젊은 날은 순탄치 않았다. 친구 포숙과 장사를 하면서 이익을 더 챙겨가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였으며 관직에 나가서는 3번이나 쫓겨났다. 전쟁터에 나가서도 3번이나 도망쳐 비난을 받았다.  제나라 왕권을 두고서는 친구 포숙과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관중은 공자 '규'를, 포숙은 공자 '소백'을 모셨는데 관중은 규를 임금으로 만들기 위해 소백을 활로 쏘기도 했다. 다행히 소백은 허리띠를 맞은 덕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제나라 임금이 됐다. 소백은 자신이 임금이 되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포숙을 국무총리 격인 태재(太宰)로 삼으려 했다. 당시 노나라에 망명해 있던 관중은 노나라가 제나라에 지는 바람에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때 포숙은 이제는 제환공이 된 소백에게 임금을 보좌해 나라를 잘 다스리는 능력에서 자신은 관중만 못하다며 관중을 천거한다. 제환공이 관중이 쏜 화살 때문에 자신이 죽을뻔 하지 않았냐고 반문하자 "(관중은 당시 모시던) 주군을 위해 전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변호했다.  관중을 등용하기로 한 제환공은 몸에 3번 훈향을 쐬고, 3번 씻은 후 직접 관중을 맞았다. 유비가 제갈량을 맞기 위해 '삼고초려'를 한 것처럼 극진한 예로 인재를 맞은 것이다.  관중은 이때부터 능력을 발휘한다. 법을 엄정히 집행하고, 직업 분화와 세제개편으로 경제를 발달시켰다. 행정과 군사편제를 결합시켜 부국강병에 성공했다. 관중의 개혁 덕에 제환공은 춘추시대 첫 '패자(覇子)'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낙타에서 유래됐다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으로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속절없이 뚫린 방역체계에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이 와중에 현 정부 3번째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40년 지기는 후보자가 총리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포숙과 같은 친구는 두지 못했지만 새 총리 후보자가 이 난국을 수습하는 능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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