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출절벽, 총체적 재점검 필요하다

수출 부진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올 들어 한 달도 안 빠지고 계속 감소세를 보이더니 지난달엔 작년 같은 달보다 10.9%나 줄었다. 수출이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수출이 부진한 것은 무엇보다 세계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교역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고,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출단가가 크게 내린 탓이다. 수출 부진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뜻이지만 수출 의존도가 워낙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어느 나라보다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이에 대처해야 한다. 단기적인 수출 부진 타개책으로는 원화강세에 대한 대책을 들 수 있다. 지금의 원화 강세는 오랫동안의 경상흑자 누적으로 원화 가치가 오른 데다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 등이 겹치면서 과도하게 나타난 측면이 있다. 환율에 대한 인위적인 조정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원화의 지나친 강세에 대해선 더욱 적극적인 대책이 요청된다. 정부가 밝힌 대로 해외투자 확대를 통한 '달러 퍼내기' 등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근본적으로는 새로운 수출 주력품목 개발과 수출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전반적인 산업구조 개편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최근의 수출둔화는 수출 주력품목들이 한결같이 부진한 탓이 크다. 5월 수출실적에서도 석유제품(-40%), 가전(-35%), 선박(-33%), 철강(-19%) 등 주력 수출품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새로운 수출 주력품목을 개발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주력품목 개발은 산업의 구조 개편과 경쟁력 향상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결국 수출 증대를 위해서라도 경제의 내부 구조가 튼실해야 한다.이 같은 수출전략 및 산업구조 재편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고민은 어제 정식 서명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우리 경제, 특히 수출에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시장에 대한 수출이 지난해부터 줄어들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의 수출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수출 강국'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경고하는 한 신호다. 한중 FTA 서명을 계기로 대(對) 중국 무역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서 전반적인 수출전략 및 산업구조에 대한 치밀한 진단이 있어야겠다.정부가 이달 중 내놓기로 한 수출 활성화 대책에는 이런 구조적 진단과 세밀한 처방이 함께 담기길 기대한다. 5월의 수출 부진을 "조업일수 감소와 석유화학업계의 시설보수" 등의 일시적 요인으로 돌리는 수준의 인식으로는 안 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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