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월희 대한간호협회 부회장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간병이 필요하고,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그 주변까지 매우 힘든 상황을 겪어야 한다.우리는 집안에 환자가 생기면 가족이 간병하는 것을 당연시 여겨왔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 확대와 핵가족화, 직장에 따른 가족의 지역분산 등으로 간병문제는 가족의 커다란 부담이 돼 가족 간 갈등요인이 되기도 한다. 더욱이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하루 7~8만원의 비용은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족의 투병으로 겪는 이런 갈등과 경제적 부담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러한 간병 부담을 해소하고 입원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포괄간호서비스를 시범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3년 7월부터 13개 병원이 참여하는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28개 병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1월부터는 국고지원이 아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시범사업으로 전환해 지방 중소병원부터 확대 시행하고 있다. 연말까지 100개 이상의 병원 참여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당초 서울지역은 간호 인력의 수급을 고려해 2018년부터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서울지역의 간병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하고 포괄간호서비스제도의 빠른 확대를 위해서 금년 하반기부터 서울에 소재한 전문병원은 시범사업에 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실험해 온 '보호자 없는 병원'은 대개 간병인이 맡는 방식이었지만 시행과정에서 입원서비스의 질 저하, 간호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간호 인력을 확충하여 간병을 포함한 포괄적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포괄 간호시스템'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에 따라 간호 인력을 크게 늘려 간호사 한 명당 환자 수를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은 환자 7명, 종합병원은 10명, 병원은 12명 수준으로 줄였다. 현재 간호사 한 명당 돌봐야 할 환자 수는 평균 15∼20명이 넘는다. 선진외국보다 몇 배나 높은 환자 수는 간호사에게 엄청난 노동 강도를 강요해왔고 이는 간호사가 담당해야 할 서비스의 일부가 가족에게 떠넘겨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현재의 포괄간호서비스에서는 기존에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제공하던 모든 간병서비스를 간호사와 간호보조 인력이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간호전문 인력 활용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지난해 고려대학교의대 연구팀에서 발표한 시범사업의 성과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환자 1인당 간호 제공 시간이 일반병동 환자에 비해 1.7배 증가하고 욕창 방지를 위한 체위변경이 2.5배 늘어 욕창 발생률과 낙상사고가 각각 75%, 19%나 감소됐다. 또한 음식 먹이기와 목욕(피부)간호도 1.3배와 1.6배 늘어 전문적이며 체계적인 간호서비스로 안전사고 예방 및 위생관리 수준이 향상되어 의료서비스 질이 한 단계 높아졌다. 환자와 보호자의 85%가 만족감을 표시하고 간호 인력의 직무만족도도 일반 병동보다 높게 나와 시범사업의 성과는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2018년부터 사업은 전국 병원으로 확대되지만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간호계는 이번 시범사업이 간호사의 지도ㆍ감독하에 포괄적인 간호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효율성과 책임감을 높였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시범사업을 통해 간호서비스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정수준의 간호인력 배치기준 마련과 함께 간호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체계가 개발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시범사업 병원에서 간호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와 관련, 간호 수가(건강보험지급하는 간호사 수당)를 통해 간호사의 노동 가치에 대한 원가보전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시범사업에서 계약직으로 종사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정규직 채용으로 질 좋은 서비스 공급을 위한 동기부여를 높여야 한다. 현재 시범중인 포괄간호서비스가 하루빨리 정착되어 간호사는 환자에게 안전한 간호를 제공하고 환자는 이를 당연히 누릴 수 있는 사회인식의 변화로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옛 속담으로만 남게 되길 바란다.곽월희 대한간호협회 부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