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엔 옷가슴에 카네이션을 단 어른들이 꽤나 보였다. 어버이날인 오늘 이 땅의 많은 부모들은 여느 날보다 자식을 키우는 보람과 기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카네이션을 받는 심정이 기쁘지만은 않았을 듯하다. 어버이 노릇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에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지기도 했을 것이다. 한국 어버이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어제 나온 자살률 통계에서도 이런 현실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이 자료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중장년 남성의 자살률 상승 현상이다. 2013년 50~59세 남성 10만명당 자살률은 2012년보다 8.9% 상승했고, 40~49세도 9.9% 올랐다. 외국과 달리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나이 들수록 사회ㆍ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우리 사회의 특성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장의 역할에서 물러나 노후를 즐겨야 할 어버이 노인들의 열악한 현실이야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4배나 높다. 가난할 뿐만 아니라 고독하다. 서울의 독거노인은 2007년 15만여명에서 2013년엔 25만여명으로 늘었다. 부모들의 고단한 삶은 자녀들의 고단한 삶과 겹쳐 있다. 지난해 한 조사에서 부모의 노후를 누가 돌봐야 하는지에 대해 자녀라는 답변이 10여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에는 어버이를 부양하기에 벅찬 젊은 세대의 현실이 녹아 있다. 결국 지금의 어버이들의 힘겨운 삶은 우리 사회 모든 세대의 문제인 것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지금의 어버이 아니면 미래의 어버이가 아닌가. 평균수명 연장으로 어버이로서 살 날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그렇게 어버이로서의 삶이 더 늘어나는 것을 짐이 아닌 축복으로 삼는 사회가 될 수는 없을까. 아이를 낳고 기르며 어버이가 되는 기쁨은 개인의 행복을 넘어 한 사회의 유지와 영속의 뿌리다. 현재의 부모든 장래의 부모든 모든 부모들이 어버이로서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사회가 되게 하는 것, 그거야말로 우리가 그리는 사회의 미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어버이날인 오늘, 연금 개혁 등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에 지혜를 모으자는 다짐을 해봤으면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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