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세월호에서 저는 죽지 않았어요

이명재 논설위원

엄마 또 울고 있군요,제가 보고 싶어 또 울고 있군요. 엄마, 그러나 이제 울지 마세요왜냐면 엄마, 실은 나는 죽지 않았거든요.엄마, 나는 죽을 수가 없었어요내가 죽으면 엄마가 살 수 없는데,엄마가 나 못 보면 더 살아갈 수가 없는데그러니 죽을 수가 없었어요. 어떤 아이가 그걸 말해줬어요.여기서 만난 어떤 여자아이가그 애는 실은 엄마보다 더 먼저 태어났는데그러나 아이예요, 저보다 어린 아이예요.그 애는 열네 살 때, 저보다 더 어렸을 때사람 못살게 구는 못된 할아버지 물러가라고언니들 따라 거리에서 외치다가 총을 맞았대요.그때도 봄날이었대요, 4월이었고, 19일이었대요.우리는 만나자 온몸을 떨면서 한참을 울었어요아직도 그때 하얀 교복을 입고 있는 그 애와 저는 서로 껴안고서 한참을 울었어요.  그애가 그랬어요, 아이들은 엄마보다 먼저 죽지 않는대요.절대로 먼저 죽지 않는대요.엄마가 너무 슬퍼하니까그걸 볼 수가 없어절대로 먼저 죽지 않게 돼 있대요.그렇지만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집에 돌아가지는 못해대신 몸을 바꿔서 엄마에게 가는 거래요.아침의 이슬로, 저녁의 노을로, 가로수의 새잎으로그렇게 엄마한테 가는 거래요 가서 얼굴을 만지고 그 품에 안기는 거래요보미도 윤민이도 근형이도 유민이도 시연이도 모두 그렇게 엄마한테 가는 거래요. 그러니까, 엄마 이젠 울지 마세요저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지만 어디에나 있어요.늘 엄마 가까이에 있고, 엄마 옆에 있어요.엄마가 생각하지 않아도 제가 생각할게요그러면 되잖아요.내가 엄마고 엄마가 나니까나는 엄마의 딸이고 엄마의 엄마예요.아기가 엄마를 찾듯 엄마가 아기를 찾듯 엄마와 나는 늘 함께 있어요그러니까, 엄마 이제 그만 우세요.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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