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유족·조문객 장지까지 따라나서, 검찰 수사에 대해선 말 아껴
13일 오전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장지에서 유족들이 운구를 하고 있다.
[서산(충남)=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원다라 기자]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300여명의 추도객이 지켜보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 13일 서산시 응암면 도당리의 부모 합장묘 인근에 안장됐다. 아버지를 잃은 큰 아들 승훈씨는 장지에서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장남 승훈씨는 이날 아버지의 관에 취토를 하기 전 "생전 아버지께서 의미 있게 생각하셨던 것"이라며 고인이 가장 좋아했다는 나라사랑 큰나무 배지와 회사 배지, 국회의원 배지, 서산장학재단 배지를 고인의 관에 올려놓았다. 이어 그는 "세상이 당신을 외롭게 하고 오해해도, 모든 것을 지고 지켜주시기 위해 내려놓으신 점 죄송하고 감사하다.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울먹였다.미망인인 동영숙 여사는 며느리의 부축을 받으며 손수건으로 입을 가린 채 고개를 떨구고 조용히 성 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날 장지에서 만난 한 조문객은 "평소 굳건했던 회장님이 이렇게 가실 줄 꿈에도 몰랐다"며 "이 세상에서 못 이루신 것들 저세상 가서 이루시길 바란다"며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조문객들은 검찰 수사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익명을 요구한 조문객은 "'안타깝다'는 말밖에 할 말이 더 있겠느냐"며 "주변사람들도 지금 상황에선 검찰의 '검'자를 꺼내는 것도 부담스러워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장지에서 열린 기자회견도 마찬가지였다. 성 전 회장이 운영했던 충청포럼의 민병구 운영위원은 "아무리 적발한 상황의 선택이지만 고인은 자살이라는 길을 걸었다. 그가 이땅에서 겪은 고통을 함축 하는 것으로 보여 마음이 더욱 찢어진다"고 말했다.다만 그는 "고인이 기업을 하면서 무리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파렴치한 행동은 안했다고 한다"며 "고인이 목숨을 걸고 말하고자 했고, 이루고자 했던 소망이 성취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검찰 수사에 대한 정확한 입장은 밝히진 않았지만 성 전 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는 '억울함이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이어 민 운영위원은 "모든 것은 순리에 따라 유족들과 관계자들이 최선을 다해 성심성의껏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앞서 성 전 회장의 발인예배는 석림동 서산중앙감리교회에서 유족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박성호 장례위원장과 김명회 시인은 인사말과 조사를 통해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냈다. 김 시인은 "이제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고 어머니 곁에서 편히 쉬시라"고 했다.그가 남긴 메모의 파장을 의식해서인지 발인예배에도 정관계 인사의 발길은 뜸했다.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만이 발인예배에만 참석했다.반면 서산 시민들은 애통함과 검찰 수사가 고인을 궁지로 몰고 갔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40대 중반의 전종구씨는 "돌아가신 분이 뇌물을 준건 잘못 한거지만 정치적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본다"며 지금 리스트에 나온 사람들도 다 여권 인사라 진상을 밝히려면 특검을 통해서 반드시 수사를 제대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산의료원 인근에서 만난 이상범(68)씨는 "충남 민심이 선거에서 항상 중요했는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밝혀질지 모르지만 다음 선거에 성회장의 죽음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주상돈 기자 don@asiae.co.kr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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