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희기자
진옥진 소방사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올해의 '경복궁 수문장' 재현 의식에 의정부 화재사건에서 주민들을 구조한 진옥진 소방사(34)가 명예수문장으로 임명된다. 오는 29일 오후 2시 서울 경복궁 흥례문 앞에서 열리는 수문장 임명식 재현 행사에 의정부 소방서 소속 진옥진 소방사가 등장한다. 수문장은 조선시대 도성 및 궁궐의 각 문을 지키는 책임자로, 궁성문 수문장은 대체로 무관 4품에서 선발했으며 궁성문을 호위하는 등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는 중요한 직책이었기에 국왕이 직접 임명했다. 해마다 재현되는 수문장 임명에서 올해 진 소방사를 선정한 것은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이 시대 수문장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서다. 진 소방사는 지난 1월 의정부 아파트 화재 시 투철한 사명감과 살신성인의 자세로 소중한 인명을 지켜낸 바 있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에 거주했던 진 소방사는 임용된 지 1년이 채 안 된 새내기 소방관으로, 사건 당시 비번근무로 집에서 쉬고 있었지만 불이 난 사실을 알자 주민 13명을 옆 건물로 신속히 이동시켜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구조 도중 연기를 마셨지만 화재 사고 현장에 남아 주민을 살피는 등 주위의 귀감이 됐다. 진 소방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재현의식이긴 하지만 아직 계급도 낮고 경력도 많지 않은 저에게 부합한 자리인지 모르겠다"며 "요즘 안전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임명의식으로 생각돼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화재 등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이 터진 후에만 집중 조명되는데 반대로 생각하자면 예방 가능한 문제점들에 노출이 돼 있다고 느껴진다"며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길 바라며, 여기에 관련 규제나 법 등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2014년도 경복궁 수문장 임명 의식
수문장 임명식은 '조선왕조실록' 예종 1년(1469)의 기록을 근거로, 국왕이 친히 경복궁 흥례문에 행차해 수문장에게 패(牌, 이름, 신분 등을 알리는 나무나 금속 조각)와 광화문의 출입관원을 기록하는 출문부를 내리는 의식과 축하공연으로 이뤄진다. 또한 전문가의 고증으로 제작된 복식과 의장물 등을 통해 조선 시대 궁궐 호위문화를 선보인다. ▲국왕 행차 ▲수문장 임명의식 재현 ▲명예 수문장 임명 ▲축하공연 순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관람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왕실 호위군 갑사(甲士)를 선발하기 위한 활쏘기 ▲곤봉 체험 등 ‘갑사 취재(取才, 재주를 시험해 사람을 뽑음)’ 체험 프로그램과 조선왕조실록 등의 고증에 따라 제작된 갑옷, 깃발, 무기 등 수문군의 복식과 소품을 둘러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지난해에는 서울 종로구 시청각 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16명이 명예수문장으로 임명된 바 있다. 수문장 임명의식은 흥례문 앞 광장에서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보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문화재재단 문화진흥팀(☎02-3210-1645, 1646)으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