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벚꽃축제 20일 개막…100년 전 역사 상기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봄은 벚꽃으로 활짝 피어난다. 워싱턴에서는 매년 벚꽃 축제가 열린다. 올해 축제는 20일 시작해 4월 12일까지 개최된다.

벚꽃이 만개한 워싱턴. 사진=워싱턴 벚꽃축제 사이트

워싱턴DC의 인공호수 타이들 베이슨 둘레에는 벚나무가 약 3750그루 심어져 있다. 이스트 포토맥 공원과 워싱턴 기념탑 주위에도 벚나무가 자란다. 워싱턴DC의 벚나무는 미국과 일본의 우호관계를 상징한다. 역사는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자키 유키오(尾崎行雄) 도쿄 시장이 워싱턴DC에 벚나무 3000그루를 보내줬다. 그해 3월27일 퍼스트 레이디 헬렌 태프트는 일본 벚나무를 타이들 베이슨 북쪽 기슭에 심는다.헬렌 태프트는 앞서 1907년 남편과 함께 일본을 방문했다가 벚꽃의 화사함에 매료됐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헬렌의 남편 윌리엄 태프트는 당시 미국 육군장관이었다. 태프트는 시어도어 루스벨트에 이어 1909년에 미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그러자 일본은 미국에 벚나무를 보내는 등 선린외교에 공을 들인 것이다. 시계를 1905년으로 돌리자. 태프트 장관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7월 가쓰라 다로(桂太郞) 일본 총리를 만나 ‘태프트-가쓰라 밀약’을 맺는다. 이를 통해 미국은 일본의 한국 지배를 인정한다. 대신 일본은 미국이 통치하는 필리핀을 넘보지 않기로 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서 중재에 나선다. 러ㆍ일 양국은 미국 동북부 항구도시 포츠머스에서 약 한 달간 강화 협상을 벌인다. 1905년 9월 체결된 포츠머스 조약을 통해 일본은 조선의 지배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동해가 일본해로 쓰인 것도 이 때부터였다.일본이 조선 지배를 미국으로부터 인정받고 미국과 우호관계를 다지면서 벚꽃이 ‘외교사절’로 워싱턴에 보내진 것이다. 워싱턴DC의 벚나무는 매년 봄 꽃을 피우며 100년 전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대외 행보는 한 세기 전 가쓰라 총리의 외교와 닮았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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