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 정부의 조세회피용 해외 인수합병(M&A) 단속 강화가 외국 기업들의 미국 기업 인수 증가라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해외 기업들의 미국 기업 인수 규모는 1560억달러(약 176조927억원)에 달한다. 1년 전 1060억달러에서 늘어난 것이다. 올해 들어서 외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을 사들인 M&A 액수는 610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1% 급증했다. 연초 기록으로는 2007년 이후 최대치다. 해외 기업들의 미국 기업 사냥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도입된 미국 정부의 조세회피용 M&A 규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재무부는 신설되는 기업의 외국 지분율을 높이고 해외 자회사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신설 회사로 이전할 때 부과되는 세금을 높이는 등 종합 규제책을 지난해 9월 내놨다. 35%에 달하는 자국의 높은 법인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 기업을 인수한 뒤 본사를 외국으로 옮기는 이른바 '세금 자리바꾸기(tax inversion)'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조치가 도입된 이후 인수자가 아닌 피인수자로 변신하는 미국 기업들이 늘었다. 외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해 본사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데는 별다른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제재 조치 도입 이후 법인세율이 낮은 캐나다와 아일랜드 기업들의 미국 기업 인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이런 이유다. 독일과 일본 기업들이 주요 인수 주체였던 과거와 다른 것이다. FT는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조세제도의 근본적 개혁 없이 미국 기업들의 엑소더스(대탈출)를 막는 것은 역부족일 것이라고 경고해왔다고 전했다. 투자은행들은 특히 제약 및 에너지 분야 기업들에게 조세 비율이 낮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피인수기업들을 물색해볼 것을 조언하고 있다. 해외에 쌓아놓은 현금이 많은 기업들이 본국으로 수익을 송금하는 대신 인수된 외국 기업에게 이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세금 철퇴를 피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이에 대해 롭 포트먼 상원의원(공화·오하이오)은 "현 정부의 조세회피 규제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세재개혁은 시급히 추진돼야 하는 초당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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