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人事 외압 전쟁' 선포

인사 과정에서 외부 유력인사 간섭·개입 정황 포착 시 올해부터 인사 불이익 방침 하달

통합 산은 출범 첫해 과거 관행 타파, 국책은행 솔선수범 주문국내·외 연수 시 인사 불이익 관행도 개선 조치…교수 출신 '배움 철학' 반영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외부에서 인사 개입 정황이 확인되는 임직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업은행 통합 원년인 올해 강도 높은 인사 혁신에 나섰다. 통합산업은행 체제를 '과거 복귀'가 아닌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대한 부응'으로 승화시키려는 의도다.12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홍 회장의 이런 방침은 지난해 12월26일 인사 때부터 사실상 반영됐다. 2013년 4월 취임한 홍 회장은 지난 2년 간 인사ㆍ조직개편 과정에서 정치권과 정부의 간섭으로 수차례 경영의 난맥상을 겪어왔다. 홍 회장은 이런 고질병을 해소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인사 관행 타파를 주문했다. 당국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이해관계가 첨예한 기업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등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금융 업무를 하는 국책은행인 만큼 인사 과정에서 관심을 갖는 외부 관계자들이 많은 건 사실"이라며 "홍 회장이 부임 3년차 이런 외압들을 미연에 차단하고 내부에서부터 인사 혁신을 단행하기 위해 주요 간부들을 대상으로 '인사 청탁 확인 시 인사 불이익'이라는 방침을 하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실제로 특정 업무의 인사 과정에서 얼마나 많이 전화가 걸려오는 지가 인사의 관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올해를 외부 인사 개입 관행을 깨뜨리는 첫해로 삼자는 게 내부의 의지"라고 밝혔다.외부 인사 개입 차단과 함께 홍 회장이 혁신에 나선 분야는 국내ㆍ외 연수다. 산업은행은 올해부터 휴직 후 국내ㆍ외 연수를 받는 직원, 해외지사 근무를 떠나는 직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평가 시스템에 변화를 줬다. 휴직 후 국내ㆍ외 연수를 받는 연간 20~30명의 임직원들은 원래 근무하던 부서에서 인사담당 부서로 발령받은 후 마땅한 사유없이 인사 평가 대상에서 하위그룹에 분류됐다. 업무 성과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연수에 나서는 직원들은 인사 평가 불이익을 감내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며 "하지만 최근 국내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직원이 복직 후 승진되는 등 업무(경력) 단절에 대한 부담감을 덜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수자에 대한 정당한 인사평가 조치는 교수 출신인 홍 회장의 경영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대학원 진학으로 자기계발을 하는 직원이 불합리한 처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며 평가 기준을 바꾸도록 지시한 것이다. 홍 회장의 인사 혁신 방향은 올초 공개한 신년사에도 드러나 있다. 홍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통합산업은행 체제 속 셀프혁신, 윤리경영 실천 등 국책은행으로서의 솔선수범을 최우선 가치로 제시했다. 그는 "선진국은 셀프혁신과 윤리경영을 한층 강화하는 추세"라며 "전 임직원이 자기계발을 통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고 정책금융 수행이라는 소명의식을 무겁게 느껴 통합산업은행에 걸맞은 소양과 도덕성을 갖추자"고 강조했다.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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