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중기중앙회장의 낮은 행보

조태진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박성택 신임 중소기업중앙회장의 초기 눈높이 행보가 업계에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선 임직원들과의 첫 비즈니스 미팅인 업무보고 방식을 확 바꿔 주위를 놀라게 했다. 조직을 맡게 된 수장들은 보통 집무실에서 부서별 각종 현안과 진척 상황을 보고받기 마련인데 박 회장은 직접 실무부서를 찾아다니기로 했다는 것이다. 사무실 분위기도 익히고 직원들과의 거리감도 좁혀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사내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앙회 한 실무부서 관계자는 "업무보고를 위해 회장실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움이 된다"며 "일방통행식 보고가 아닌 토론 형태로 바꾸자는 회장의 생각도 생산적인 접점을 찾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낮은 포복'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 경제사절단으로 중동을 다녀온 직후 비서진을 통해 의전 수위를 낮출 것을 주문한 것. 중앙회의 경우 부회장급 이상 해외출장에 가게 될 경우 비행기 1등석에 호텔 스위트룸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며 회장부터 비즈니스석과 일반룸으로 조정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간부들의 출장 대우가 줄줄이 낮아질 공산이 커졌다. 실제로 중앙회 내부적으로 비즈니스 항공좌석을 이용했던 임원들에 대해 이코노미석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의 조직개편 밑그림도 임직원 및 회원사와의 소통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비서실 규모를 축소하고, 회장 직속으로 '호민실'을 설치해 일선 조합의 애로사항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현장밀착형 컨설팅지원단을 꾸릴 방침이다. 회원사 위에 군림하는 이미지를 벗어나 지역조합과 중소기업의 고충을 빠르게 듣고 해결했다는 의지를 구체화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 박 회장의 스탠스는 언론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충분히 읽혀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회장 선출 직후 약식 기자간담회에서 "조합의 참여도를 높이는 중앙회 조직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동안 중앙회의 성과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의 생태계가 너무 어려운 상황에서 시너지를 내지 못했고, 정부와 대기업을 상대로 중소기업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그가 도입을 약속한 '책임부회장제'도 이러한 맥락이다. 소속 업종 사업부문에 대해 항상 귀를 열고 일을 진행하면서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빠르게 정부에 전달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모 중소기업체 임원은 "중소기업이 중심이 되는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박 회장의 비전을 접했을 때 의례적인 취임 일성으로만 받아들였었다"며 "하지만 최근 행보를 지켜보면서 회원사의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진정한 의지가 엿보여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자신의 색깔을 고집하지 않는 모습도 긍정적이다. 전임 회장 인물로 분류된 간부들을 대부분 유임시키로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생각이다. 회원사들에게 다가서서 한국 중소기업의 위상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앙회의 새 모습을 기대해본다.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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