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정신 깃든 중랑구 망우리공원 봄채비

4.7km ‘사색의 길’에서 한용운 오세창 방정환 등 애국지사의 정신 되새겨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24절기 중 경칩을 앞두고 겨우내 얼었던 산과 들은 벌써 봄을 맞을 채비가 한창이다. 이제 며칠 후면 96주년 3.1절이다. 춥다고 집안에만 움츠려 있지 말고 아이들 손을 잡고 가까운 곳에 있는 망우리공원을 찾아 다가오는 봄의 숨결도 느껴보고 3.1운동의 정신도 되새겨보면 어떨까. 힐링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요즈음 중랑구(구청장 나진구)와 구리시를 동서로 연결하고 있는 망우리 고개 오른편의 망우리공원내 4.7km 산책명소 ‘사색의 길’이 큰 인기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사색의 길은 아무 부담 없이 아이들과 함께 찾아와 명상과 함께 산책을 하며 한국 근현대사를 풍미한 애국지사는 물론 정치가, 학자, 시인, 화가, 가수 등 유명인사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의 공간이다.

한용운 연보비

‘망우공원 역사문화 숲길’은 한국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강화남단 갯벌 등과 함께 2012년 시민이 선정한 ‘꼭 지켜야할 자연문화유산’ 6곳 중 하나로 지정되고 2015년에는 서울미래유산으로도 선정됐다. 망우리 비명으로 읽는 근현대 인물사라 할 수 있는 '그와 나 사이를 걷다' 저자 김영식은 책 머리말에서 '삶의 이정표를 잃어 버렸거나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이 숲속에서 삶의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의 역사를 알고자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 근현대역사와 문화를 온 몸으로 체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라고 망우리공원을 소개하고 있다.◆4.7km의 숲속 산책 망우산‘사색의 길’ 사색의 길은 중랑구 내 전경과 서울시내는 물론 한강과 그 주변의 자연 경관, 경기도 남양주 일원, 서울의 남산과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까지 조망할 수 있는 산책로이다. 특히 망우산을 지나 용마산에서 아차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코스는 서울 둘레길 157㎞ 중 가장 경치가 좋은 코스로 알려져 있다. 중랑구는 1997년부터 1998년까지 순환도로 4.7km를 정비해 도시 환경림 조성, 아스콘 포장, 자연관찰로 등을 조성, 산책로를 ‘사색의 길’이라고 이름 지어 시민들이 산책을 하면서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사색의 공간으로 만들고 청소년에게는 역사의 산 교육장이 되도록 했다. 망우리공원은 1933년부터 1973년까지 40년간 2만8500여 기의 공동묘지가 조성돼 있었으나 꾸준한 묘지이장으로 현재는 7900여 기만이 남아 있다. 구는 지난 1992년 산책로를 중심으로 문명훤 방정환 오세창 한용운 장덕수 조봉암 지석영 등 연보기록비를 세웠다.또 1998년에는 문일평 서병호 서광조 서동일 오재영 유상규 박인환 오긍선 등 연보기록비를 세워 애국지사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이외도 망우리공원에는 소설가 계용묵 최학송 김이석, 여류소설가 김말봉, 대중가수 차중락, 화가 이중섭, 언론인 설의식, 일본인 아사가와 다쿠미, 명온공주(순조의 첫째딸)와 부마 김현근(명온공주의 남편, 영의정 역임) 등의 유명인사가 잠들어 있다.

방정환 연보비

중랑구는 앞으로 수많은 애국지사와 유명인사가 잠들어 있는 망우리공원을 IT 기술을 접목한 항일애국공원으로 조성해 역사와 문화의 산 교육장으로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비 29억원을 투입해 망우리고개 남쪽의 망우산과 북쪽의 중랑캠핑숲을 쉽게 연결, 둘레길 등산객들의 남북 이동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망우리고개 횡단교량 설치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 중랑구 강성락 공원녹지과장은 “3. 1절을 앞두고 3.1운동과 애국지사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 때 망우리공원을 방문해 산책과 더불어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민족 사학자의 발자취, 시인의 낭만과 함께 다가오는 봄의 정취를 느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망우리공원’유명인사 15인의 연보비 글귀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만해 한용운 선생'한민족이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는 것은 인류가 공통으로 가진 본성으로써 이 같은 본성은 남이 꺾을 수 없는 것이며, 또한 스스로 자기 민족의 자존성을 억제하려 하여도 되지 않는 것이다' -조선 독립에 대한 감상중에서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사학자인 호암 문일평 선생'조선 독립은 민족이 요구하는 정의 인도로써 대세 필연의 공리요 철칙이다'-애원서중에서 ▶독립운동가인 문명훤 선생'말에는 본이 있고 글에는 법이 있다. 말과 글이 같은 민족의 사회에서 말의 본이 글의 법이오, 글의 법이 곧 말의 본이다' - 고등 한국말의 본 중에서 ▶독립운동가인 유상규 선생'도산의 우정을 그대로 배운사람이 있었으니 그것은 유상규였다. 유상규는 상해에서 도산을 위하여 도산의 아들 모양으로 헌신적으로 힘을 썼다. 그는 귀국하여 경성의학전문학교 강사로 의과에 있는 동안 사퇴후의 모든 시간을 남을 돕기에 바쳤다'- 도산 안창호 '흥사단 발행'중에서 ▶ 독립운동가인 오재영 선생'강도 일본의 통치를 타도하고 우리생활에 불합리한 일제 제도를 개조하여 인류로써 인류를 압박치 못하며 사회로써 사회를 박살치 못하는 이상적 조선을 건설할 지니라' -의열단 선언 중에서▶독립운동가 서병호 선생'내가 있기 위해서는 나라가 있어야 하고 나라가 있기 위해서는 내가 있어야하니 나라와 나의 관계를 절실히 깨닫는 국민이 되자' -좌우명 중에서

13도창의 군탑

▶ 독립운동가 서동일 선생'다물(多勿)이란 옛땅을 회복한다는 뜻으로 용감(勇敢), 전진(前進), 쾌단(快斷) 등 뜻과 함께 불언실행(不言實行)을 의미한다' -다물단 의미에서 ▶ 시인인 박인환 선생'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와 숙녀' 중에서 ▶ 아동문학가 이자 문화운동가인 소파 방정환 선생'어린이의 생활을 항상 즐겁게 해 주십시오. 어린이는 항상 칭찬해가며 기르십시오. 어린이의 몸을 자주 주의해 살펴 주십시오. 어린이에게 책을 늘 읽히십시오. 희망을 위하여, 내일을 위하여 다같이 어린이를 잘 키웁시다'- 어린이 날 의 약속 중에서▶ 독립운동가인 서광조 선생'우리 한국은 한국인으로서중국은 중국인으로서 자치의 자유를 향유할 희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장래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금일에 동지의 결속을 도모하여 그 준비를 해야 한다' -조선국민회 결성 취지 중에서▶교육자이자 의사인 오긍선 선생'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전신인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최초 한국인 교장을 역임하고 현대의학 도입과 발전에 기여하였으며 일생동안 우리나라 의학발전과 사회사업에 헌신하시다' ▶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이며 서예가인 오세창 선생'글과 그림이 대대로 일어나 끝내 사람에게서 없어지지 않은 것은 성품이 서로 비슷하고 사물의 근원이 있었던 까닭이다. 이에 솔거 이하 근래 사람에 이르기까지 서화(書畵)를 밝혀놓고 높고 낮음을 품평하였다' - 근역서화징에서▶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이며 언론인인 장덕수 선생'조선 민중의 표현기관으로 자임하노라. 민주주의를 지지하노라. 문화주의를 제창하노라' -주지(主旨)를 선명하노라에서 ▶정치가인 조봉암 선생'우리가 독립을 할 때 돈이 준비되어서 한 것도 아니고 가능성이 있어서 한 것도 아니다. 옳은 일이기에 또 아니 하고서는 안 될 일이기에 목숨을 걸고 싸웠지 아니하냐' -어록에서 ▶ 우두 보급의 선구자이며 의학교육자, 한글 전용을 제창한 지석영 선생'우리 가족에게 먼저 실험해 보아야 안심하고 쓸 수 있지 않겠느냐' -1880년 가족에게 우두를 접종하면서라고, 각각 씌어져 있다.망우리공원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201번, 262번, 270번, 2227번, 2234번, 3번, 8번, 8-2번, 30번, 51번, 52번, 65번, 88번, 165번, 166-1번, 167번, 202번, 330-1번, 765번, 1330번, 1330-1, 1330-3번, 1330-5번, 1330-44번 8004번, 8005번등의 버스를 타고 망우리고개 입구 동부제일병원 앞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해 망우산 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되며, 중앙선 양원역 2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20분정도 걸으면 되고, 지하철 7호선을 이용하면 상봉역에서 버스로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자가 운전시는 망우리고개 중간에 위치한 망우저류조공원 주변이나 망우산 중턱의 서울시설공단 망우묘지관리사무소(☎434-3337) 옆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