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진출 50년만인 2003년 완공한 롯폰기 소재 27층 빌딩 매각…사업 부진·비용 절감 압박 등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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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일본 사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이 도쿄 번화가인 롯폰기에 위치한 초고층 빌딩을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일본 도쿄 롯폰기 소재 27층 빌딩의 보유 지분 57%를 매각할 예정이다. 롯폰기는 구글, 야후,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금융 기업들이 몰려 있는 도쿄의 노른자위 땅이다. 삼성은 미쓰이 부동산 등과 공동 소유한 이 빌딩의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상당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현재 이 빌딩에서 근무하고 있는 삼성 임직원들은 오는 3월말 상대적으로 건물 임대료가 싼 리다바시 지역으로 이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매각하는 이 빌딩은 여러모로 상징성이 크다. 삼성이 IBM 일본법인 소유 건물을 인수해 27층 규모로 새로 건립한 것으로 일본 시장 진출 50년만인 지난 2003년 완공됐다. 삼성그룹의 일본 사업을 총괄하는 헤드쿼터 역할을 한 곳이기도 하다.이처럼 상징성이 큰 빌딩을 매각하기로 한 것은 일본 시장에서 삼성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삼성은 현재 일본에서 TV, 세탁기·냉장고·청소기 등 가전제품, 상업용 디스플레이(LFD) 시장 등에서 모두 철수했다. 애플과 글로벌 1위를 다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폰마저도 지난해 11월 기준 삼성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6%로 애플(51%)의 9분의 1 수준에 그쳤다.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실적 악화로 전 계열사가 비용 절감 노력을 진행한 가운데 사업으로 거의 돈을 벌지 못하는 일본법인의 경우 비용 감축 필요성이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최근 수 년간 일본 사업이 쪼그라들면서 삼성은 매년 현지 인력도 지속적으로 줄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삼성도 일본 시장 공략에 큰 의지가 없는 상황이다. 스마트폰, TV,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세트와 부품 부문을 아울러 일본 제조업이 빠르게 쇠퇴하면서 로컬 기업과 일본 현지에서 안방 대결을 펼칠 이유도 크게 줄었다.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일본 시장에서 큰 부진을 겪고 있지만 일본도 더 이상 삼성이 반드시 공략해야 할 시장은 아니다"면서 "삼성의 롯폰기 빌딩 매각 추진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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