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없는복지→복지위한증세 공론화]친박 내각트로이카 vs 비주류 與투톱 '충돌'

박근혜 대통령이 2월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왼쪽 두번째) 등 국무위원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제공]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집권여당에서 비주류 투톱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증세 없는 복지'를 접고 '복지 위한 증세'를 주창하면서 청와대와 내각, 집권여당 간의 3인 2각이 증세와 복지 논의를 놓고 정면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모두 당장의 증세를 말하지는 않지만 여당 지도부에서 화두를 던지고 야당마저 논의를 서두르자고 제안한 만큼 '증세 없는 복지 vs 복지 위한 증세'의 프레임 대전환은 당면한 현실로 다가왔다. '증세 없는 복지' '성장을 통한 복지'에 전념해온 청와대와 내각으로선 곤혹스런 입장이 됐다. 청와대와 내각으로서는 연말정산 논란을 계기로 들풀에 난 불처럼 번지는 민심이반에 대해 연말정산 보완책 마련과 소폭 개각 등을 통한 진화에 절치부심한 상태였다. 그런데 여당발(發) 증세공론화는 국정운영의 중심축을 여당으로 이동시키고 행정부 중심의 국정운용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논의에 대해 "개헌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공론화 자체를 반대해왔다. 그런데 집권 3년 차 정초부터 터져 나온 증세논의는 개헌에 버금가는 블랙홀이 돼 버릴 상황이 됐다. 박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증세 언급 없이 "앞으로 내각은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해서 부처 간 정책 조율과 협의를 더욱 강화하고, 새로 신설되는 정책조정협의회를 통해서 청와대와 내각 간의 사전 협의와 조율도 강화해나가기 바란다"고 주문했다.정부부처에서도 여당으로부터의 증세공론화가 반가울 리 없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인준과정을 거치면 내각은 범친박계 이 국무총리와 친박계 최경환 경제·황우여 사회부총리의 트로이카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이 총리가 국정 전반을 총괄하고 최 부총리가 경제부처를, 황 부총리가 법무와 노동, 환경부 등 사회부처를 관할하며 책임지고 국정을 운영하게 된다. 정홍원 현 총리를 중심으로 두 부총리가 주도하는 '3인 협의체'가 운영되고 있고 청와대와 내각 간에도 정책조정협의회를 가동키로 했고 청와대에서도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중심으로 정책점검회의가 가동 중이다.

김무성 대표(가운데) 유승민 원내대표(왼쪽),이재오 의원(오른쪽)이 2월 4일 당 최고위에서 환하고 웃고 있다.

증세가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것은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최 부총리가 더욱 잘 알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22일 인천 송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연말정산 환급과 관련한 과도한 걱정 때문에 증세 논의가 불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법인세에 대해서는 "야권에서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법인세를 세계적으로 낮춰가는 상황인데 나 홀로 인상했을 경우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밝혀 법인세 세율을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세 부총리가 버티고 있다고 해도 여당 지도부의 증세논의를 마냥 비토할 수도, 논의의 장에 참여를 거부할 수도 없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다고 주장한 법안의 국회 통과와 공무원연금 개혁 등을 위해 여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현실도 정부가 여당의 증세 검토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따라서 당정 간의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커진다. 증세 문제 외에도 전반적인 경제정책에서 엇박자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정부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교육·금융·공공 분야의구조개혁이 탄력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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