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제국의 '악마' 루퍼트 머독, 어떻게 권력의 화신이 됐나?

데이비드 맥나이트의 저술 '루퍼트 머독'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루퍼트 머독'

데이비드 맥나이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미디어예술학부 교수의 저술 '루퍼트 머독'은 새삼스레 언론에 대한 공포심을 자아내는 책이다. 머독은 수완 좋은 사업가라기보다는 '악마'라는 별명이 더 어울리는 인물이다. 실제로 머독은 자원의 고갈, 인구 폭발, 기후 변화, 종족 갈등, 빈부 격차 및 양극화 등의 의제보다는 정치적 이데올로기 등 신보수주의 전파에 열중한다. 오늘날 머독은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은 월트 디즈니가 세운 '디즈니', CNN의 소유주 테드 터너가 운영하는 언론사 '타임 워너' 등과 세계 3대 미디어 제국을 이룬다. 머독미국의'뉴욕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폭스 뉴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의 '선', '타임스', 호주의 '오스트레일리안', 아시아의 '스타 TV', 글로벌 출판 그룹인 '하퍼콜린스' 등을 거느리고 있다. 호주 태생인 머독은 22세 때인 1952년 아버지 키스 머독의 사망으로 호주 제3의 도시인 애들레이드에서 '뉴스 리미티드'라는 작은 신문사를 상속받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세계 최대의 미디어그룹인 뉴스 코퍼레이션의 모태다. 그는 곧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고, 대중들의 시선을 끌만한 콘텐츠에 집착했다. 그는 유명정치인의 불륜행위, 유명 대중스타의 나체사진을 1면에 실는 방법으로 신문 판매부수를 폭발적으로 늘려 나갔다. 이로써 머독은 '황색 저널리즘'의 원조로 부상, 신문사를 경영한지 20여년도 안 돼 호주 언론의 절반을 먹어치웠으며 70년대 들어 곧바로 영국, 미국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머독은 '뉴스 오브 더 월드' 인수를 시작으로 1969년 '더 선' 인수를 비롯, '런던 타임스', '더 타임스',위성방송 'B SKY B'를 손에 넣었다. 영국 시장 장악을 마친 그는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산 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뉴스' 인수, '스타'라는 타블로이드 창간에 이어 1976년 '뉴욕 포스트'를 인수했다. 1984년 머독은 세계적인 영화사 '폭스'와 '폭스TV'를 손에 넣어 미디어제국의 기반을 닦았다. 1993년 홍콩의 위성방송 '스타TV'까지 인수, '뉴스코퍼레이션'이라는 복합적 미디어그룹을 설립하고 '월스트리트저널'까지 삼켰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머독은 그저 유능한 사업가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막후의 킹메이커로 미국, 영국 등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 머독은 언론을 이용, 수많은 정치인들을 물어뜯거나 협력자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수상은 머독에 협력, 언론에 물어뜯기는 길을 피했던 반면 고든 브라운 등은 머독을 거부해 선거 참패라는 쓴 맛을 봤다.진짜 '악마'라고 불리우는 이유는 신문사 통제에 있다. 머독은 젊은시절 사회주의를 신봉했으며 마르크스와 레닌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 그러나 신문사를 운영하면서 황색저널을 추구하고 편파적이고, 비이성적인 의제를 채택해 '악마'로 불린다.저자는 "머독의 매체들이 여론을 형성하는 방법은 수동적 대중에게 거짓 정보를 흘리기 보다는 대중적 토론을 유발해 더욱 광범위한 의제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가령 게스트들을 내세워 견강부회를 일삼는 식이다. 실례로 이라크전 당시 폭스뉴스는 공화당원 뿐만 아니라 민주당원을 참여시켜 공정하고 균형잡힌 보도 인양 포장했다. 그러나 전쟁 찬성론자는 레이건 행정부의 고위 관료출신인 반면 반대론자는 수감 경력이 있는, 생소한 반전운동가를 세워 발언의 무게를 떨어뜨렸다. 심지어는 프로그램 진행자는 반대자에게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살해당할 수 있다"는 경멸섞인 위협도 서슴치 않았다. 머독의 정치적 포퓰리즘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머독의 매체는 보수주의 치어리더"라며 "폭스뉴스 효과라는 말처럼 공적 의제 범위를 극단적으로 타 매체에까지 확장시킨다"고 말한다. 이어 저자는 "머독 매체가 기후 변화 등 주요 의제를 '사회주의자들의 의제',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얘기'로 몰아세우거나 '자유주의 대 보수주의', '엘리트 대 보통사람' 등 이분법적 구도로 편 갈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언론 통제방식은 교묘하다. 머독은 모든 것을 직접 지시하기보다는 '머독의 제국' 편집장들을 이용한다. 또한 편집장들은 머독의 구미에 맞게 '순종'한다. 데이비드 옐런드 '선' 편집장은 "머독의 편집장들은 결국 모든 사안에서 머독 입장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호주의 '헤럴드 선' 부르스 거리 편집장 역시 "머독은 이 도시에 없는 순간에도 항상 여기에 준재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뉴스코퍼레이션 휘하의 매체들은 머독의 강력한 통제 아래 있다. 이 책은 루퍼트 머독 뉴스 코퍼레이션 회장이 황제로 군림하며 미디어를 이용, 정치적 목적을 이뤄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한 어떻게 언론을 포퓰리즘 선동수단을 삼고, 작은 정부, 자유시장, 규제 완화 등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전 세계에 전파해 가는지도 낱낱이 드러낸다. <데이비드 맥나이트 지음/안성용 옮김/글항아리 출간/값 1만6000원>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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