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기 기만과 대중의 생태욕구가 만든 '환상'
▲중국 상하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생태(Eco)와 도시(City)의 결합어인 '생태도시(Ecocity)'에 잔뜩 웅크린 채 숨어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생태'와 '도시'의 패러독스(Paradox)는 무엇일까. 생태도시를 꿈꾸는 자와 진짜 생태실천가는 어떻게 다를까. 최근 출간된 두 권의 책이 관심을 모은다. 줄리 제(Julie Sze)의 '환상의 섬(Fantasy Islands)', 폴 스타인베르그(Paul Steinberg)의 '누가 지구를 지배하나(Who Rules the Earth?)'이다. 해외과학매체인 뉴사이언티스트는 최근 두 권의 책을 소개하면서 생태도시에 대한 '환상과 현실'을 다뤘다. 생태주의를 추구하는 부류는 크게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첫 번째 버전은 '목가주의 버전'이다. 이들은 땅으로 되돌아가자는 목소리를 강조한다. '삽질'을 통해 땅을 파 엎고 개발하기보다는 불편하더라도 단순하고 소박하게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 버전은 현대주의적인 '하이테크 버전'이다. 이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삽질'을 아주 좋아한다. 엔지니어와 건축가, 부동산 회사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생태 도시'에 열광하고 이곳에 살고자 하는 이들이다. 중국의 동탄(Dongtan) 신도시가 있다. 상하이 지도자들은 양쯔강 상류에 충적층이 쌓여 만들어진 충밍 섬에 2050년까지 50만명이 살 수 있는 생태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동탄 신도시는 바이오가스와 풍력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물을 재활용하며 주변은 농장과 숲으로 둘러싸기로 했다. 물론 골프장까지 건설하겠다는 입장도 빼놓지 않았다. 상하이 '그린 정책'의 촉매제라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다. 당시 켄 리빙스톤 런던시장과 존 프레스콧 영국 부총리가 런던 인근에 동탄 신도시와 같은 마을을 만들겠다는 꿈을 그리며 동탄 신도시를 2006년에 방문하기도 했다. 중국은 동탄 신도시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2010년 그린(Green) 상하이월드엑스포까지 개최했다. 이후 변화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010년 이후 동탄 신도시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몇 가지 변화는 있었다. 그 사이 온갖 부정비리와 스캔들에 연루돼 개발 책임자들은 사임하거나 체포됐을 뿐이다. 동탄 신도시 청사진을 만들었던 영국 건축회사는 "동탄은 이미 죽었다"고 지적했다. 동탄 신도시를 두고 상하이 정책 추진자들과 달리 많은 시민들은 처음부터 냉소적이었다고 줄리 제는 책에서 썼다. 줄리 제는 책을 통해 "정부의 자기기만과 대중들의 생태추구 욕망이 겹쳐지면서 동탄 신도시와 같은 환상이 강요당했다"고 해석했다. 줄리 제는 동탄 신도시가 만약 건설된다고 하더라도 의미 없고 인공적인 '탬즈타운'에 불과할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탬즈타운은 상하이에 있는 영국식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은 자갈길과 작은 상점들이 있는데 지금은 웨딩 촬영장소로만 간간이 이용될 뿐이다. 줄리 제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생태도시는 진정한 환경운동이라기보다는 부동산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고 지적한 뒤 "도시의 액세서리쯤으로 생각하고 있고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아랍에미리트의 마스다르 시티가 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치과학자인 폴 스타인베르그의 'Who Rules the Earth?'라는 책은 사회적 제도가 어떻게 인간의 활동을 지배하는지에 대해 주목했다. 폴 스타인베르그는 쓰레기를 재활용하고 초록 채소를 키우는 사람들은 조금은 개인주의적이란 점을 강조했다. 폴 스타인베르그는 "사회적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진정한 생태주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집단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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