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잇는 서초구청 금연상담 성공하면 500만원1년 이상 금연한 직원은 해외연수[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금연은 한 개비에 무너집니다. 담배를 줄이면서 끊기보다는 단번에 끊는 것이 성공률이 더 높습니다. 물을 많이 마시고 기름진 음식과 자극적인 음식은 한 달간 피해주세요. 술과 커피도 흡연을 부추길 수 있어 안 됩니다." 담뱃값이 인상된 지 보름가량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선 금연상담사의 설명이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겸연쩍은 표정의 50대 남성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자신은 없어보였다. 17년 애연가였던 이 남성은 "아침에 일어나서 담배를 참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상담이 끝나자 그는 니코틴패치와 담배가 생각날 때마다 움켜쥐는 지압기, 금연책자 등을 챙겨 바로 보건소 내 1층으로 내려갔다. 한방진료실에서 놔주는 금연침을 맞기 위해서다. 귓바퀴 안쪽의 폐의 기능을 촉진하는 혈(血) 자리에 침을 맞았다. 최씨는 "금연침을 맞으면 다음 날 좀 견딜 만해지더라"며 집으로 돌아갔다. 서초구 보건소에 따르면 이날까지 금연클리닉에 등록한 주민은 600명에 달한다. 이날 하루에만 60여명이 상담과 등록을 위해 클리닉을 찾았다. 이 가운데 31명이 금연침을 맞고 돌아갔다. 상담사는 "금연침에 효과를 보는 분들도 있지만 전혀 효과가 없는 사람도 있다"면서 "자력으로 끊기 어려운 분은 니코틴패치와 니코틴껌 등 보조제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선영(42·여·가명)씨는 연초 금연계획이 물거품되자 이날 보건소 문을 두드렸다. 지난 5일 금연클리닉에 등록한 뒤에도 담배의 유혹을 견디기 어려웠다. 김씨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신경이 예민해진다"고 호소했다. 금연클리닉에 등록할 당시에는 금연보조제의 도움 없이 스스로 끊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다짐은 쉽게 무너졌다고 했다. 상담사는 "여성은 남성보다 담배가 끊기가 어렵다"면서 "이렇게 재방문하는 것만으로도 금연에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씨는 이날 니코틴패치를 지급받았다. 82일간 금연에 성공한 도전자도 클리닉을 다시 찾았다. 서초구청 공무원인 김진범(52)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흡연을 시작해 34년간 담배를 즐겼다. 그동안 금연을 시도한 적은 없었다. 지난해 10월23일 서초구청에서 직원들의 금연을 독려하기 위해 단체로 등록한 뒤 하루도 담배를 손대지 않았다. 비결은 단순했다. 한 개비의 담배도 용납하지 않는 것. 서초구는 1년 금연 성공 직원 1명을 뽑아 해외 연수를 보내주는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금연에 성공한 주민에게는 500만원의 상금도 준다. 이 때문에 서초구 금연클리닉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클리닉에서 근무하는 금연상담사는 3명. 하루 20~30명의 방문 상담은 물론 클리닉 등록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금연 성공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퇴근시간이 임박한 상담사는 서류더미를 가리키며 "담뱃값 인상 이후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며 애연가들의 성공적인 금연을 위해서라도 상담사가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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