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남자친구 '오늘 저녁 만나기로 했는데'…침통

남자친구 간직한 사진으로 영정사진 대신…'새해에는 금속공예 공부해 디자이너 되겠다더니…'

▲10일 의정부 화재사고로 숨진 고(故) 한모(26·여)씨의 빈소가 마련된 의정부의 한 병원 장례식장.

[의정부=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오늘 저녁 만나기로 했는데...믿을 수가 없습니다..." 10일 오전에 발생한 의정부 오피스텔 화재사고로 지금까지 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가운데, 희생자 한모씨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은 유족들의 눈물과 친구들의 탄식으로 침통한 분위기가 역력했다.이날 오후 6시께 경기도 의정부시 추병원 장례식장. 이곳에는 의정부 화재사고로 숨진 고(故) 한모(27·여)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고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장례식장에는 한씨의 부모와 친지들, 남자친구만이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장례식장에 힘없이 앉아있던 한씨의 아버지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란 아이 엄마가 딸(한씨)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경찰관이 받아 병원으로 오게됐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날 오후에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했었다는 남자친구 어모(20)씨 역시 차마 믿을 수 없다는 듯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씨는 "오늘 저녁 6시에 만나기로 했었는데 뉴스를 보고 전화를 했더니 받질 않았다"며 "사고 현장으로 바로 향했지만 출입할 수 없어 병원으로 곧장 오게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숨진 한씨는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쉬면서 사고가 발생한 오피스텔 6층에 홀로 거주하고 있었다. 이날 한씨는 화재 발생 이후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건물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례식장 관계자에 따르면 갑작스런 죽음에 유족들은 영정사진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대신 남자친구가 간직하고 있던 사진으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기리고 있었다.시간이 흐르자 숨진 한씨의 친지들, 친구와 직장동료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장례식장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한씨는 웹디자이너로 최근에는 직업병 탓에 쉬다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한씨의 동료들은 경보기 등이 제때 작동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는 표정이었다.한씨와 지난주까지 연락을 이어올 정도로 친밀했다는 전 직장동료 박모(29·여)씨는 "화재 현장이 고인이 사는 곳과 가까워 혹시나 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고서야 (죽음을) 알게됐다"며 "경보기가 울렸다면 나올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 된 것인지 아직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숨진 한씨와 중·고등학교 시절을 함께하면서 가장 가까운 사이였다는 서모(26)씨는 "(한씨는) 꿈이 많아서 늘 자기개발에 힘써온 친구였다"며 "어린 시절 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새해에는 금속공예를 공부해서 디자이너가 되기를 꿈꾸고 있었다"고 회상했다.한편 이날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지금까지 한씨를 포함해 4명의 입주민들의 희생됐고, 99명의 부상자도 발생했다. 부상자 중 10명은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져 희생자가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의정부=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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