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중국서 별 달았다…시틱그룹 사외이사

[이슈 돋보기] 750조원대 中그룹 러브콜 받은 삼성女

지난해 7월 한국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펑리위안 여사(왼쪽 셋째)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맨 오른쪽)과 동행,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환송 인파를 향해 미소 짓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중국 최대 국영기업 시틱그룹(中信ㆍCITIC)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9일 호텔신라 측은 "시틱그룹 측에서 사외이사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해 와 이부진 사장이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시틱그룹은 지난해 12월19일자로 이 사장을 사외이사로 등재, 관련 사항을 홍콩증시에 공시했다. 임기는 1년이며 자격 여부에 따라 연임되는 형식이다. 시틱그룹의 회사 주식을 보유하거나 관련 권리를 행사하지는 않는다. 이 사장은 시틱그룹의 사외이사 활동으로 연간 약 4970만원(35만 홍콩달러)의 보수를 받게 될 예정이다. 시틱그룹은 중국의 거대 국유기업으로, 지난 2013년 기준 총 자산규모가 752조7900억원 수준이다. 삼성그룹(558조원)을 크게 뛰어넘는다.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국가주석의 개혁ㆍ개방정책에 따라 1979년 설립된 중국 최초의 국유 투자기업으로, 증권ㆍ은행ㆍ보험ㆍ부동산ㆍ엔지니어링ㆍ자원ㆍ에너지ㆍ중기계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 최대 상장 증권사인 중신증권과 중국 증신은행 등 30개가 넘는 기업을 보유중이다.시틱그룹이 이 사장에게 사외이사를 맡아달라고 요청한 배경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시진핑 주석과 삼성가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호텔신라측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시틱그룹이 관광업을 업종으로 두고 있어 호텔신라, 제일모직(구 애버랜드)의 노하우를 취득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사장이 고문을 맡고 있는 삼성물산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시틱그룹은 공시를 통해 "제일모직 경영전략담당 사장과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을 겸하고 있으며 호텔신라와 제일모직, 삼성물산은 모두 삼성의 계열사"라고 이 사장을 소개했다. 아울러 세계적 기업으로 자리잡은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대외적인 사업확대에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도 있다. 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교수는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 효과가 첫 번째 목적일 것"이라면서 "이부진 사장이 회계 등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한국의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활용하려는 게 주된 의도"라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사외이사 제도는 사실상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중국기업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투명성을 개선해 보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텔신라로써는 이번 사외이사 선임이 중국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이 사장이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는 면세점 사업의 최대 시장이 중국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우호적 관계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10월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11월 마카오 국제공항 면세점을 오픈하는 등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를 타깃으로 한 사업을 적극 전개해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호텔, 비지니스 호텔, 관광 등과 연계한 사업 진출 등 요우커 대상의 다양한 사업이 가능하다. 삼성 오너일가가 외국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외국기업의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5월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의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이 사외이사 요청을 받아들인 배경에는 존 엘칸 피아트그룹 회장과의 개인적 친분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피아트그룹 창업자인 고 지아니 아그넬리 회장의 외손자인 엘칸 회장은 2010년 한국 방문 당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방문, 이 부회장과 2시간 동안 면담하며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더욱이 엘칸 회장은 이 부회장과 같은 오너 일가 3세로 한쪽은 자동차, 다른 한쪽은 전자산업에서 일가를 이뤘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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