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 김정은 정권은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 행사를 가졌다.김정일 3년 탈상을 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앞으로 새로운 정책비전을 제시하면서 김정은시대를 열어갈 가능성이 있다. 민간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은 내년에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하고 미국과 협력해 한국을 봉쇄한다는 '協美封南' 정책을 펼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은이 2인자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1년여간 바뀐 북한의 권력지형과 북한 사회, 내년도 전망을 짚어본다.
김정은
◆공포정치로 유일영도 체계 수립= 통일부는 최근 내놓은 '김정은 3년 평가'라는 보고서에서 "당규약과 헌법 등 개정을 통해 당·군·정 최고위직을 신속히 승계, 단기간에 3대 세습을 제도화 공식화했으며 권력위협 세력을 전격 제거함으로써 권력층을 장악하는 편,점진적 세대교체도 병행해 기득권층의 불만을 최소화했다"고 평가했다.또 선군정치로 강해진 군부 통제에 주력해 김정은 유일영군체계를 확립했다고 평가했다.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장성택 처형을 '종파 오물'을 제거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장성택의 잔당 세력으로 숙청당한 대표적인 인물들은 리용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 문경덕 전 평양시당 책임비서, 장용철 전 말레이시아 대사 등이 거명되고 있다. 또 지난 5월 평양 평천구역 23층짜리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약 20여명이 숙청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들은 장성택이 관할하던 인민보안부 산하 건설7총국 소속으로 아파트 건설을 담당했다.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은 지난 7월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된 후 공개석상에서 사라졌고 인민보안부 병력인 내무군의 정치국장 강필훈도 상장에서 대좌로 3계급 강등됐다.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현성일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김정은 정권 3년 평가와 2015년 남북관계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에서 "보안부 산하 건설7총국 간부 20여명이 총살되거나 오지로 추방됐다"면서 "북한에서 2단계 숙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북한은 지난해 12월 장 전 부위원장을 처형한 뒤 그의 파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진행했다가 내부 동요 때문에 올해 초 이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김정은의 명령으로 지난 8월 당 조직지도부가 현대판 종파일당이 집행했던 문제를 전면 재검증하고 간부들의 충실성을 검증해 이색분자를 색출해 제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당과 국가안전보위부, 군 등 검열기관들이 총동원 돼 지방간부는 물론 해외주재 공관원과 상사원들에 대한 대규모 사정작업을 벌였다.그 결과 지난 10월 장 전 부위원장과 연계됐다는 이유로 중앙과 지방당 간부 10여 명이 강건군관학교에서 공개 총살됐다.이송길 해주시당 책임비서 등 황해남도 간부들은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횡령 등 비리를 저질렀다는 죄목으로 같은 달 처형됐고 당 재정경리부 간부들은 노래방에서 김 제1위원장 찬양 가요의 가사를 바꿔 부르다 적발돼 총살됐다.조직지도부 부부장과 선전선동부 간부 20여 명도 반당종파 혐의가 씌워졌고 뇌물수수와 여자 문제, 마약 복용 등의 죄목으로 지난 9월 공개 총살됐다.김정은은 군 총정치국장을 최룡해서 황병서로 교체해 당적 통제를 강화하고 군 수뇌부 인사를 수시로 하며, 갖은 강등과 복권, 전투태세 점검 등으로 군부를 장악했다.인민무력부장은 2012년 4월 김정각에서 12월에는 김격식으로 교체됐고 지난해 5월에는 장정남으로, 이어 올해 6월에는 현영철로 바뀌었다. 길어야 1년짜리다. 또 강등도 2012년 6건에서 지난해에는 12건, 올해는 10건이 이뤄졌다. 복권은 3건과 7건, 9건이었다. 자리가 수시로 바뀌니 군내 불안감이 팽배할 수밖에 없었다.기총조직을 동원한 우상화로 아래로부터 일정정도의 지지도를 확보했다. 기층조직 행사는 2012년 13회, 지난해 15회, 올해 10회가 열렸다.이 밖에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내세워 백두혈통을 강화하고 '위대한 김정은'이나 '김정은 백두산 대국' 등의 우상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김정은이 최근 북한 오중흡 7대연대 칭호를 받은 인민군 해군 189대부대를 시찰하고 있다.
◆빨치산 2세대 출신 핵심 권력자로 부상=장성택 숙청 이후 계속된 숙청작업으로 북한의 권력지형은 완전히 새롭게 재편됐다. '빨치산 2세대 출신'이 중용되고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김정은이 등용하는 빨치산 2세대 출신은 최룡해노동당 상무위원, 오일정 당 민방위부장, 오금철 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등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 방문길에 오른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평양공항에서 환송나온 간부들과 악수하고 있다.
최룡해는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고 오일정은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며, 오금철은 오백룡 전 조선인민혁명군 지휘관의 아들로 김일성과 함께 항일 빨치산 투쟁을 한 '혁명 1세대'의 자식들로 대를 이어 김일성의 손자에게 충성하고 있는 셈이다.현재 좌장격인 최룡해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독주하는 형국이다. 지난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방남했을 때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자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10월29일자 북한 노동신문은 최룡해를 황병서나 내각 박봉주 부총리보다 먼저 호명했다.그는 또 김정은의 특사자격으로 러시아를 다녀오는 등 김정은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오일정은 북한에서는 한직으로 분류되는 당 민방위부장의 직책을 갖고 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 주폴란드 대사와 남산고등중학교와 김일성대 동기동창이다. 북한에서는 '곁가지'의 측근으로 분류돼 출셋길이 막힌 인물로 알려져 있었는데 '빨치산 2세대'에 대한 정치적 수요가 높아지자 오일정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권력 중심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장성택을 조사하고 처벌하는 과정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황병서와 김원홍, 김양건 등은 장성택 처형을 결의한 이른바 '삼지연 모임' 참석자들이다.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3월 '국방연구'에 기고한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 평가'라는 논문에서 "당에서는 조연준, 김경옥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들, 군대에서는 최룡해 총정치국장, 공안기관에서는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내각에서는 박봉주 총리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고 분석했다.정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체계가 더욱 강화되어 장성택 숙청으로 북한체제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백두혈통'인 김여정이 권력 핵심으로 부상한 것도 눈에 띈다. 김여정은 27살에 차관급인 노동당 부부장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자취를 감춘 고모 김경희를 대신해 김정은의 정통성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그렇더라도 불안요인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선 처벌과 처형이 보편화되면서 고위간부들은 정책 건의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최고지도자의 눈치만 보면서 몸을 사리는 행태들이 만연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김정은 정권 자체도 문제를 안고 있다. 통일부는 ▲비대해진 권력기관 ▲공포정치에 따른 민심이반 ▲성급하고 다혈질인 김정은의 개인성향 ▲지도층 내 이권 다툼 등은 체제 결속의 원심력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단기로는 체제가 안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로는 지도부 내부의 균열요인들이 복합으로 작용할 경우 체제위험도 증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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