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의료기기 외면하는 국내 병원들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국내 대형병원들의 국산 의료기기 보유율이 여전히 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산 의료기기의 해외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데도 오히려 국내 병원들은 이를 외면하고 값비싼 외산 제품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국내 병원들의 국산 의료장비 외면은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무역역조 현상에도 영향을 끼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22일 보건산업진흥원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40여개 상급종합병원의 국산의료장비 보유율은 8%가량에 불과했다. 특히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경우에는 국산의료장비 사용률이 평균 5%가량에 머물렀다. 지금까지 빅5와 같은 국내 상급병원들의 주요 장비 국산 보급률은 10%를 넘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병원들이 국산의료장비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국회를 비롯해 정부부처 등에서 수년째 지적되고 있음에도 잘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고가의 첨단 제품으로 갈수록 국산 의료기기의 성능이 외국산에 비해 떨어진다는 인식이 의사들 사이에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수십년 동안 국내 병원들이 미국의 존슨앤존슨이나 GE, 독일의 지멘스와 같이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써왔는데 새로운 국산 브랜드로 제품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국내에서는 제대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지만 국산의료기기는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국산 의료기기의 수출액은 23억6000만달러 규모로 2009년 11억9000만달러에 비해 두배 가량 성장했다. 연평균 18% 이상 성장률을 달성했다. 여러 의료기기 중에서도 방사선영상진단기기가 약 37%의 수출 비중을 차지하며 주력 수출 품목이 됐으며 해마다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 증가에 따라 의료기기 무역수지 적자폭도 2009년 8억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3억7000만달러로 5년 사이 절반 이상 감소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의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개척 노력, 정부의 육성 정책 및 지원 등에 힘입은 결과라는 평가다. 이에 국내 병원들 역시 국산 의료기기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 구매 결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병원장이나 병원 경영진의 국산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국산 의료기기의 국내 보급률을 높이려면 종합병원 의료기기 구매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병원장 등 경영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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