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글로벌 석유전쟁의 종료 여부는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이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에 달려 있다고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가 최근 분석했다.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속셈은 간단하다. 미 셰일 개발 업체들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때까지 유가를 끌어내려 이들 업체가 도산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후 시장지배력 확대로 고유가 시대를 열겠다는 게 사우디의 의도다.셰일붐으로 2008년 하루 500만배럴에 불과했던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현재 900만배럴까지 늘었다. 이는 사우디의 생산량과 맞먹는다.국제 유가는 현재 배럴당 60달러(약 6만6640원) 선까지 내려갔다.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7.38달러로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비즈니스위크는 하락하는 유가가 미 셰일 업체들의 본격적인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기까지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르면 내년 초·중반께부터 미국의 공급량이 축소될 것이라는 말이다.일부 셰일 개발 업체는 배럴당 40달러도 견딜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업계는 65달러 안팎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OPEC의 생산량 동결 전부터 미국의 셰일 오일 증가세는 점차 더뎌지고 있었다. 신규 셰일 가스전 발굴이나 인프라 확장 속도가 초기보다 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미국 12개 주요 셰일 개발 지역에 대한 채굴권 인가 건수는 전월 대비 15% 감소했다.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자국의 원유 생산량이 2020년 하루 1000만배럴을 기록한 뒤 점차 줄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가 떨어지면 미 산유량 감소 시점은 더 앞당겨질 것이다.재무구조가 취약한 영세 셰일 업체들이 먼저 무너질 것이다. 이미 내년 설비투자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기업도 있다. 유럽 금융 서비스 업체 케플러 쇠브뢰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원유 시장에서 미 셰일가스 관련 투자 비중은 20%를 기록했다. 미 셰일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기업들의 관련 투자가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케플러 쇠브뢰의 마크 루이스 애널리스트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70달러인 상황에서 이미 많은 주요 셰일 프로젝트에 빨간불이 켜졌다"면서 "이제 신규 가스전을 개발해야 할 이유도 줄게 마련"이라고 말했다.비즈니스위크는 엑슨모빌·셰브런·컨티넨털리소시스 같은 대기업의 경우 이번 역풍을 그나마 잘 견뎌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업체는 과거 원유시장이 출렁거렸을 때도 위기를 잘 넘겼다.미 셰일 업체들이 무너지기 전 OPEC가 먼저 두 손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60달러대에 머물 경우 OPEC 12개 회원국 가운데 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만 재정적자를 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베네수엘라·나이지리아·이란은 물론 OPEC 비회원국인 러시아의 경제위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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