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06년 제정했지만 자발적 제설 참여 여전히 지지부진...'적극적 대책 마련 시급'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1.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조모(36)씨는 3일 오전 새벽에 내린 눈 때문에 출근길이 미끄러워 고생했다. 아파트 앞은 물론 집에서 역까지 이어진 이면 도로의 눈이 전혀 치워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하철 역 인근 아파트 신축공사장 근처 도로에만 대형 트럭과 중장비들이 오가는 진출입로에 제설제가 뿌려져 있었다. #2.이날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 내린 눈이 쌓여 길이 미끄러웠지만 제설 작업을 하는 사람은 경비원 한 명뿐이었다.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다 쌓인 눈이 어는 통에 빗자루질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파트 관리실 측은 제설 작업을 입주민들에게 방송도 하지 않은 채 당직 경비원에게만 맡겨 놓고 있었다. 입주민 박모(26)씨는 "관리사무실에서 애초에 눈을 치우자는 방송도 없었다. 방송을 해도 나와서 같이 눈을 치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서울 지역에 내린 눈은 1.6㎝에 불과했지만 서울 시내 주택가·아파트 주민들은 출근길에 고생을 해야 했다.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는 서울시·자치구에서 새벽부터 각종 장비를 동원해 제설 작업이 완료됐지만, 집 앞 마당, 아파트 단지 내 도로, 이면도로 등에 쌓인 눈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의 제설을 위해 서울시가 2006년부터 조례까지 제정하면서 '내 집·내 점포 앞 눈 쓸기'를 독려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참여 부족으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시는 2006년 '내 집·내 점포 앞 눈 쓸기'를 장려하기 위해 '건축물 관리자의 제설 및 제빙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잦은 폭설에도 시민들이 예전과 달리 내 집 앞이나 점포 앞의 눈을 제대로 치우지 않아 통행 불편을 겪고 보행자 낙상 등의 사고가 잦자 자발적인 제설·제방 작업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였다. 이 조례는 아파트·상가 등 건축물 관리자들에게 10㎝ 이상 내린 눈은 24시간 이내에, 그 보다 적은 눈은 야간일 경우 다음 오전 11시까지, 주간엔 내린 후 4시간 이내에 치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조례 제정 후 10년 가깝게 지났지만 시민들의 제설·제빙 작업 참여는 오히려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시는 자발적 제설 작업이 갈수록 저조하자 몇 년 전부터 '눈치우기 인증샷'을 보내오면 상품을 제공하는 이벤트까지 벌였지만 응모작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시민들의 참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시는 올해부터 인증샷 응모를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동사무사·자치구 방문접수 등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자치구들도 자원봉사자를 동원한 '주민참여형 자율 제설 기동반'을 운영하는 등 주민들의 자발적 제설을 독려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종로구의 경우 지난달 12일 지하철 역 앞에서 '내 집·내 점포 앞 눈 치우기' 가두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용산구는 각 동별로 '홍보대사'를 위촉해 주민 중심의 자발적 제설 작업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캠페인에도 시민들의 자발적 제설 작업 참여는 갈수록 저조해지고 있는 형편이어서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무만 있고 제재 조항은 없는 조례를 개정해 과태료 부과 등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상위법상 관련 조항이 없어 추진되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자발적 제설 작업에 적극 동참할 경우 제설 작업의 시간·비용이 훨씬 단축되고 안전한 통행을 담보할 수 있다"며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가족들의 안전도 도모할 수 있는 내 집·내 점포 앞 눈 치우기에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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