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근 정부가 복지재원 조달을 위한 수단으로 추진하고 있는 법인세가 기업(투자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근로자의 세부담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8일 전경련회관 타워 3층 파인룸에서 '무상복지 재원, 법인세가 해법인가?' 세미나를 개최하고 "법인세는 기업(투자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근로자의 세부담을 높인다"면서 복지재원 조달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고 밝혔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무상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법인세 인상은 국내투자를 감소시키는 반면에 해외 투자를 촉진시켜 일자리 감소와 청년실업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복지 제도 구축과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법인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무상 급식ㆍ보육 등 무상복지확대 여부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법인세 인상이 복지재원 조달책으로 거론되고 있다"며, "법인세 증세를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할 경우 기업(투자자) 뿐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ㆍ근로자의 조세부담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인세가 높아지면 제품가격이 상승해 그 부담이 소비자와 근로자에게도 전가된다는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2%p 높일 경우 소비자, 근로자, 기업(투자자)이 각각 32.8%(2조 9천억 원), 16.0%(1조 4천억 원), 51.2%(4조 5천억 원)의 비율로 세금을 분담해야한다. 소비자와 근로자가 절반가량의 세부담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 인상에 따른 부작용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하고 소득재분배효과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에 따르면 법인세율이 2%p 인상될 경우 소득 1분위 계층의 근로소득은 0.3% 감소해 10분위 계층의 소득 감소율 0.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법인세가 인상되면 자본은 법인사업 분야에서 소득세가 부과되는 개인사업 분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데, 개인사업 또한 운영 여건을 갖춘 고소득 계층이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 결국 소득재분배효과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 상승이 성장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인세율이 2%p 인상되면 GDP는 연평균 0.33%, 투자는 0.9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세입기반도 약화돼 세수입 확보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으로 평가했다. 또 일각에서는 법인세율이 2%p 인상되면 연간 약 4조 6천억 원의 세수가 증가한다고 예상하고 있는데, 실제로 법인세 인상에 따라 소비와 소득이 감소해 소비세와 소득세가 줄게 될 경우에 순세수입은 연평균 3.4조원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08년 세율인하로 대기업들이 받았던 혜택을 환원해야한다는 주장에도 반론을 제기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세율인하로 지난 5년간 대기업의 세부담은 23.7조원 가량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최저한세율 인상, 비과세ㆍ감면 축소, 고용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율 인하 등으로 늘어난 세수가 34.6조원에 달했고 오히려 대기업의 세부담은 지난 5년 동안 10.9조원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내년부터 기업소득환류세제, 외국인납부세액공제 축소 등을 도입할 경우, 세율을 인상하지 않아도 대기업의 세부담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특히 조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GDP대비 법인세수입 비중은 4.0%로 OECD 국가 중 5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며 "법인세가 투자유치와 기업경쟁력 향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중국의 성장 둔화와 엔저 등의 영향으로 우리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기업 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법인세 부담을 완화해 투자증가, 기업경쟁력 강화, 성장률 제고, 세입기반 강화라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상복지로부터 받는 수혜는 상위 20%의 소득계층이 하위 20%의 소득계층에 비해 최고 4.4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소득재분배 효과가 약한데 비해 큰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무상복지제도를 재검토하는 등 증세요인부터 제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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