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생애, 특히 그의 마지막 순간들을 그린 영화 '아마데우스'는 그의 유작이자 최고의 걸작이랄 수 있는 '레퀴엠'의 작곡에 얽힌 얘기를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영화는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심신이 지쳐 있던 모차르트가 그의 재능을 질투한 살리에르의 흉계에 의해 이 곡의 창작에 무리하게 매달림으로써 건강을 더욱 해치고 결국 죽음의 원인이 됐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실제로 모차르트는 이 곡을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결국 이 위대한 천재의 마지막 작품은 그 자신을 위한 진혼곡이 돼버리고 만 셈이다. 제자인 쥐스마이어가 나머지 대목을 완성해 2년 후 세상에 공개된 레퀴엠은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쓴 것처럼 장엄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로 안식의 길로 들어서는 세상의 영혼들을 위로하는 듯하다. 레퀴엠은 모차르트의 곡 외에도 베르디, 포레 등의 작품이 유명한데, 이 레퀴엠은 특히 연말에 많이 연주되는 곡들 중의 하나다. 한 해의 마지막이라는 시점이 지상에서의 삶에 보내는 송가로서의 레퀴엠과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올해는 어느 해보다 더욱 그렇다. 꽃다운 생명들의 희생이 컸던 해인 올해를 보내면서 망자들, 아니 구천으로 가지 못하고 이 산천과 바다 속을 떠돌고 있을 수많은 중음신들을 생각하면 이번 연말이야말로 진혼곡을 반드시 들어야 하는 시간일 것이다. 그것은 그 레퀴엠이 죽은 자들만이 아니라 산 자들을 위한 음악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레퀴엠은 망인들의 안식을 기원하지만 그 안식은 남은 이들의 회개와 통회를 통해 이뤄진다. 누군가의 죽음은 남은 이들이 그 죽음을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 새로운 삶을 열어준다. 비극을 뒤로하고 모든 것을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려 하는 연말의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레퀴엠을 들으면서 올해의 죽음들에 대해, 그 죽음들에 빚진 것에 대해, 삶을 누리는 이로서의 책임과 예의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절절히 참회하며 레퀴엠을 들을 때 우리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진도의 상여가에서 '못 가겄네 못 가것네 차마 설워 친구 두고는 못 가겄네'라고 원통해하는 망자들을 '잘 가게나 잘 가게나 낙원 극락 꿈을 안고 미련없이 떠나게나'라며 비로소 떠나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를 무례하지 않게 보내게 될 것이다.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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