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수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얀마 네피도의 국제회의센터(MICC)에서 열린 ‘아세안(ASEAN)+3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 : 청와대)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일본의 성의 있는 과거사 조치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원칙을 스스로 허물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의 요구에 밀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 응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 중 하나다. 우리 정부의 반복되는 지적에도 불구, 일본은 한일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성의 있는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박 대통령의 선택은 중국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이는 거론된 적이 거의 없는 이례적 결정으로 평가된다. 한일정상회담 개최의 목적이 동북아 안정과 평화 도모라면, 중국을 빼고 논할 수 없다는 점을 박 대통령은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3국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동북아 평화'를 반복 언급한 것도 "한중일 3국 정상이 다 같이 만나야 의미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뜻이란 분석이다. 일본과 대화해야 한다면 원칙을 훼손해야 하는 한일정상회담보다는 역사 문제를 다룰 필요가 없는 3국 정상회담이란 틀을 택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배경이 무엇이든 박 대통령이 동북아 3국 관계개선에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은 긍정적이다. 일본 정부가 외교장관회의에서 한국과 중국의 요구에 성의 있게 대응한다면 자연스레 정상회담으로 갈 환경이 마련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을 다시 거부해도 책임은 아베 총리에게 돌아가게 된다. 한편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이 3국 회담을 제안한 당일 현장에서 이를 청취했고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조기에 열어 정상회담 개최로 이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다른 일본 언론들도 대부분 "한일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식의 보도를 통해 박 대통령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일본 정부 내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