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우주로 가는 길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10월29일 아침 6시30분. 미래창조과학부 기자실은 고요했다. 석간의 일상이다. 일찍 출근하다 보니 기자실엔 아무도 없다. 커피 한 잔을 탔다. 정부과천청사의 노오란 은행잎이 커피향과 잘 어우러졌다. 한창 익어가는 가을의 노란 은행잎이 있으니 아침이 외롭지만은 않다. 커피를 마시면서 컴퓨터를 켰다. 미항공우주국(NASA)에 접속했다. 이날은 미국 버지니아 월롭스비행기지에서 화물우주선이 발사되는 날이었다. 나사TV를 통해 생방송됐다. 7시가 다가오자 실시간 방송에 카운트다운 숫자가 나타났다. 발사기간은 오전 7시22분. 카운트다운 20분전, 10분전, 5분전, 2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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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갈수록 긴장감이 고조됐다. 모든 파트의 책임자들이 이상 없음을 의미하는 'GO!'를 외쳤다. 지상에서 발사돼 상공을 날아 우주로 날아가는 우주선 발사는 언제나 보는 이들을 긴장시킨다. 발사 5초전, 화물우주선 시그너스(Cygnus)를 꼭대기에 실은 안타레스(Antares) 로켓이 마침내 점화됐다. 우주로 향해 떠오르던 로켓은 잠시 뒤 거대한 불꽃을 내뿜으며 지상으로 다시 떨어지고 말았다.  "어...어...어..." 나도 모르게 입에서 '어,어'하는 소리만 나왔다. 나사TV에서는 침묵이 흘렀다. 잠시 뒤 "안타레스 로켓이 발사 직후 폭발했다.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데 위험하다"는 비행관제센터 관계자의 멘트가 흘러 나왔다. 눈으로 직접 보는 화면은 처참했다. 엄청난 불꽃과 함께 로켓 잔해가 곳곳으로 흩어졌다. 월롭스비행기지 여기저기에 화재가 발생했다. 비상대기팀과 소방차가 출동해 화재진압에 나섰다. 우주로 가는 길.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우주개발 분야에서 오랜 역사와 노하우를 갖고 있는 나사도 실패의 순간에 서니 말이다. 그만큼 우주개발은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21세기 들어 전 세계는 우주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나로호 발사에 이어 2020년 한국형발사체를 우주에 쏘아 올릴 예정에 있다. 하루가 지나고 나사는 사고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나사 측은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우주개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롭스비행기지 책임자인 빌(Bill Wrobel) 박사의 말은 기억에 남는다. 빌 박사는 "신속한 응급 대응팀의 노력으로 인명 사고가 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사람'의 안전이 지켜졌다(safety of our most important resource-our people)"고 말했다. 이어 빌 박사는 "파괴된 시설에 대한 철거 작업을 하고 새로운 발사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한 발사대를 반드시 만들 것(There's no doubt in my mind that we will rebound stronger than ever)"이라고 강조했다. 나사의 힘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실패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핵심은 실패에 무릎을 꿇지 않는데 있다. 실패는 좌절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극복하기 위해 존재한다.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더 강력한 발사대를 만들겠다'는 다짐 앞에 이번 실패는 더 이상 실패에 머물지 않았다. 또 다른 전진을 위한 디딤돌이 됐다. 우주의 긴 역사 속에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기 위한 인류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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