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에 태어나 올림픽·아시안게임 金…애인은 휴대전화·게임기
김지연[사진=김현민 기자]
[태릉=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나오셨어요!"'미녀검객' 김지연(26ㆍ익산시청)이 16일 태릉선수촌 훈련장 앞에서 심재성 펜싱대표팀 감독(48)을 발견하자 상냥하게 인사했다. 심 감독이 멋쩍어한다. "(김)지연이가 인상을 쓰더라고." 인터뷰하기로 한 취재진을 약속 장소에서 얼른 찾지 못하자 심 감독에게 투정을 부린 모양. "저 인상 안 썼어요~." 김지연의 미소 섞인 항변에 경상도 사투리가 살짝 녹아 애교가 철철 넘친다. 그는 지나가던 남자 에페의 정진선(30ㆍ화성시청)에게도 깍듯하게 인사했다.펜싱챔피언 김지연의 카리스마는 경기장을 압도한다. 그러나 경기복을 벗은 김지연은 수줍음과 호기심이 뒤섞인 매력 덩어리 아가씨다. 쑥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카메라 렌즈를 외면한다. '피스트(펜싱 경기대)' 끝까지 상대를 몰아붙인 뒤 마스크를 벗고 땀범벅이 된 얼굴을 드러내던 모습은 어디 갔을까. "제가 좀 낯을 가려요…." 스포트라이트가 익숙할 만한데도 아직 적응을 못했다고 한다.그는 '미녀검객'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도 "평소 자신을 가꾸지 않는다.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휴가를 받아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잘 알아보지 못한다"며 웃었다. 그러나 팬들은 미녀스타에 열광한다. 김지연이 고급 시계 광고에 모델로 출연한 화보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다시 조명을 받으며 관심이 폭발했다. 김지연의 건강한 아름다움이 명품 시계와 어울려 최고의 이미지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고 속에 우아하게 표현된 김지연은 결코 운동선수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는 "평소에는 외출할 때 크림 정도만 바르고 나간다. 결혼식에 가거나 친구들을 만날 때만 가끔 구두를 신고 꾸미기도 한다"고 했다.
김지연[사진=김현민 기자]
김지연은 펜싱검 외에 전자기기를 다루는 솜씨가 남다르다. 그는 '얼리어댑터'다. "휴대전화와 컴퓨터, 게임기 등 신제품이 나오면 남들보다 빨리 써보고 작동법을 알아가는 과정이 즐겁다"고 했다. 그는 외동딸이지만 여성스럽게 자라지 않았다고 한다. "남자 같았어요. 축구도 좋아하고 친구들하고 총 싸움도 많이 하고. 피아노나 미술학원을 가도 싸움만 하고 오니까 부모님도 그런 쪽에는 소질이 없다는 걸 일찍 깨달으셨나 봐요."펜싱은 부산재송여중에서 시작했다. 입문할 때 종목은 플뢰레. 머리와 양 팔을 제외하고 몸통 찌르기로만 공격해야 하는 플뢰레는 적성에 맞지 않았다. 상체를 찌르거나 베는 기술을 고루 사용할 수 있고 경기 속도가 빠른 사브르가 성격에 맞았다. "성격이 급한데 플뢰레 경기를 하면 자꾸 흰색 불(무효)만 들어오니까 답답했어요. 사브르는 어느 위치를 공격해도 색깔 표시가 보이니 신나더라고요." 내면에 잠복한 저돌적인 성격은 큰 대회에서 장점이 되었다.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는 마지막 아홉 번째 주자로 나가 중국의 셴 첸(24)과 접전을 했다. 41-33으로 여유 있게 앞서다 내리 8점을 내줘 궁지에 몰렸다. 김지연은 마스크를 벗고 머리를 질끈 묶으며 이를 악물더니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몰아붙이기로 금메달을 따냈다."동점이 된 순간 막막했다. 줄을 풀고 (경기장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뒤에서 간절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동료들을 보니 포기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밀리면 지니까 계속 밀어붙이자고만 생각했다".2012 런던올림픽 개인전과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딴 그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첫 목표는 그랜드슬램(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올림픽, 아시안게임 우승)이다. 세계선수권 우승은 하지 못했다.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2연속 우승에도 도전한다. 김지연은 "이전에는 겁이 없었고 져도 잃을 것이 없었다. 오히려 상대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해 좋은 성적을 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내가 그 입장에 놓였다. 내 경기력을 모두 알고 있다"고 했다. 결국 적은 가슴 속에 있다. 겁 없던 시절의 자신감을 지켜내는 일이 급선무다.김지연은 다음달 21~23일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열리는 국제펜싱연맹(FIE) 월드컵A급 대회를 통해 새 시즌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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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김현민 사진기자 kimhyun8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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