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 논설고문(얼굴)의 '리더의 서재에서'는 CEO와 경제지식인들의 지적보고(知的寶庫)를 탐방해 깊이있는 성찰의 결과들을 함께 음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윤 고문은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국방홍보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으며 저서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등을 출간했습니다.
김수연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 대표
-'밑줄치고 옮겨적기' 독서 바람직-30년전 여섯살 아들 잃은 뒤-학교마을 도서관 책보급 시작6척 장신의 거구에 호인풍의 풍모. 빨간 모자의 산타복장을 입으면 참 잘 어울릴 듯한 김수연 '(사)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 대표는 실제로 어린이들에게 '책 나눠주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로 불린다.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지만 보고 싶은 책이 부족해서 지적 갈망에 굶주렸던 김 대표는 KBS기자를 하다 30년 전 만 여섯 살 난 아들 '현준'을 화재로 잃은 뒤 책 보급운동에 뛰어들었다. 유난히 책을 좋아했던 아들에게 "책은 얼마든지 사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직장 일에 바쁜 탓에 홀로 집에 있던 아들이 라면을 끓이기 위해 가스불을 켜다 숨져버린 비극에 목 놓아 통곡했던 김 대표는 '잃어버린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또 다른 아이들에게 책을 전해주는 것이다'는 결심을 하고 이를 바로 실행에 옮겼던 것이다. 현역시절인 1984년 방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단독 인터뷰하는 등 날리던 민완기자였던 김 대표는 이를 계기로 주경야독으로 신학대학을 졸업, 현재 '한길교회'라는 작은교회에도 시무하고 있다. 이름마저도 생소한 '작은 도서관 운동'을 1987년에 시작한 이래 249개의 학교마을도서관과 46개의 작은도서관을 전국에 보급한 김 대표를 서울 강남구 논현정보도서관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서 만났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말 그대로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주는 곳이다. 뜻한 바 있어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에 1989년 '좋은책읽기가족모임'이란 조직을 만들었는데 1997년 이름을 바꾸고 사단법인화했다. 농어촌 산간벽지 학교의 유휴교실을 활용해 도서관으로 꾸며주는 학교마을도서관 개설사업과 문화혜택취약지역에 말 그대로 작은 도서관을 지어주는 작은도서관 조성사업, 사랑의 책모으기 운동, 지자체도서관 위탁운영 및 언론과 함께 독서캠페인을 하는 것 등이 주요 사업이다. 1991년 전북 남원의 원천학교 마을도서관 개설을 시작으로 지난 6월 문을 연 전북 순창 쌍치초등학교마을도서관까지 249개를 개관했다. 또한 문화관광부, MBC와 공동으로 취약지역에 작은 도서관을 지어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지난 주 문을 연 서울 양천구 신정동 작은도서관까지 모두 46군데를 개설했다. -많은 돈이 필요할 텐데 어떻게 이를 조달했나?▲우선 적지 않은 사재를 털었다. 아마 몇 십억이 넘을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네이버, 국민은행 등 기업들도 큰 도움을 줬다. -도서관 보급운동을 시작한 계기는?▲필설로 옮기기엔 너무 큰 가정사적 비극이 계기가 됐다. 방송기자로 한창 뛰다보니 집안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아들 현준이가 만 여섯 살 때인 1984년 혼자서 아파트에서 가스불을 켜다 숨졌는데 참으로 고통이 컸다. 그 아들에게 책을 맘대로 사주겠다는 약속을 했었는데 아들에게 못 지킨 약속을 세상의 다른 아들들에게 지켜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 싶어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문을 연 교회를 도서관 형태로 운영하며 소외된 지역에 조금씩 책을 보내주다 사단법인화하면서 본격화했다. 또한 내가 순천 김씨 절재공 김종서 가문의 18대 손인데 집안의 유훈 가운데 '사람은 저마다 재물을 바라지만 나는 오직 내 자녀가 어질기를 바란다. 삶에 있어 가장 보람된 것은 책과 벗하는 일이다'는 말이 있다. 이런 집안 분위기도 영향을 준 것 같다. -기자를 그만두고 이 일에 뛰어드니까 이런 저런 오해도 좀 있었겠다.▲맞다. 정치적 야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등의 사시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전 재산을 털어 일을 벌이고 정치 같은 데에 일체 관심을 두지 않으니까 이제는 그런 오해는 불식됐다. -학교마을도서관은 어떻게 후보지를 선정하나?▲일단 신청을 받아서 실사를 나간다. 무엇보다도 학교와 지역주민의 의지가 중요하다. 대개 3000여권의 책을 지원해주는데 어떤 곳은 주민들은 정말로 원하는데 정작 학교측은 관리할 인력이 없다며 난색을 표명하는 경우도 봤다. 주민들의 욕구를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할 학교가 지원해줄 마인드가 안 돼 있었던 것이다. -후원하는 기업들이 많은가?▲요즘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내세우면서 후원이 좀 늘긴 했다. 그런데 어떤 기업들은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다. 즉 기업홍보를 더 내세우려는 것이다. 나는 기업의 홍보 차원에서 접근하는 곳은 가급적 후원을 멀리하려 하고 있다. 사회공헌에 대한 진정한 의지와 책 보급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가지고 있는지를 자세히 따져보고 후원사를 정한다. -그간 에피소드도 많았겠다. 하나만 소개해달라.▲강원 강릉시의 왕산초등학교 도서관이 기억에 남는다. 대관령과 삽당령 사이에 있는 이 학교는 말이 시 소재지 학교이지 사실은 전교생이 20명도 안 되는 두메산골학교다. 이 학교 학생들은 방과후면 도서관 책을 들고 어르신들이 머무는 마을회관으로 달려가 책도 읽어주고 안마도 해준다. 마치 21세기판 '전기수'나 다름없다. 전기수란 조선시대 후기에 고전소설을 직업적으로 낭독해주던 사람을 일컫는다. 이 마을은 현재 'TV끄고 책보기'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전해주는 책 읽기 방법을 일러 달라.▲율곡은 저서 <격몽요결>에서 '독서는 삶의 일부이며 일상생활'이라고 했다. 학자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책을 읽을 때는 마음, 눈, 입이 책에 머물러야 한다'고 썼다. 독서는 인간의 운명을 좌우하는 방향키나 다름없다. 나는 아이들에게 먼저 흥미를 느끼는 책부터 보라고 권한다. 우선 재미 있는 책을 접하는 게 독서습관을 키우는 데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이어서 이를 토대로 활용하도록 권한다. 밑줄을 치는 것도 좋고, 옮겨 적는 것도 좋다. 좋은 구절이면 액자로 만들어 걸 수도 있다. 이어서 다양한 분야로 소재를 확산시켜 나가도록 한다. 추리소설로 시작했다면 동시대의 다른 작가, 또는 다른 예술가들에게까지 관심을 넓혀가는 것이다. 또한 항상 책을 지니고 다니도록 권한다. 책은 등교길 버스에서, 점심 후 식탁에서, 잠들기 전 등 언제라도 내키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서를 정의한다면?▲읽는다는 것은 곧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교황을 단독인터뷰한 이야기는 언론계에 전설처럼 전해져 오고 있다. 당시 뒷얘기좀 부탁한다.▲교황은 지금까지 어느 경우에도 언론사 단독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인터뷰는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해 김해공항에서 김포로 가던 비행기에서 이뤄졌다. 풀기자단으로 따라갔다가 기내에서 무조건 따라붙었다. 교황 의전책임자에게 미리 손을 써 잠시만 눈감아달라는 부탁도 했다. 카메라기자와 함께 속사포처럼 질문을 했는데 고맙게도 교황께서 답변해주셨다. 단 5분41초짜리 인터뷰였는데 지금 생각나는 것은 세기적 특종을 했다는 사실보다 가까이서 접했던 교황님의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듯한 맑고 깨끗한 눈빛이다. 어떠한 욕망의 찌꺼기도 담겨 있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눈빛, 새벽별처럼 맑고 투명하고 순결한 눈, 세상을 보이는 그대로 담았던 그날 교황의 눈빛은 예수님의 눈빛 그대로였다. -현재 시무중인 교회도 작은 교회라던데?▲한길교회는 교회이기 이전에 하나의 작은 공동체다. 교회가족은 전부 합쳐도 20가족, 교인수로는 많아야 100명 남짓이다. 한국에서는 언제부턴가 초대교회의 정신을 망각하고 대형성전을 신축하는 게 추세가 돼버렸지만 난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우리 교회는 십자가마저 없으니 주민들조차 교회를 잘 못 알아볼 정도다. 목회자가 하나님의 위임을 받은 사람이라면 신자들은 어린 양에 비유할 수 있다. 교세확장에 매달리면 온갖 명분으로 헌금을 강요하게 되고 결국은 자신이 인도해야 할 양들을 수탈하게 된다. 양들은 어느 짐승보다도 스킨십이 필요한 동물이다. 내가 교인수를 늘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명, 한 명의 영혼을 보듬기에는 사실 20가족도 벅차다. 많은 목회자들이 이러한 본분을 잊고 교세확장에만 매달리는 현상이 안타깝다.◆김 대표의 읽어보니, 좋던데요◆<인생수업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20세기 최고의 정신의학자이자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그녀의 제자 데이비드 케슬러가 죽음직전의 사람 수백병을 인터뷰해 삶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정리한 책. 저자는 삶이라는 학교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정체성, 사랑, 인간관계, 시간, 두려움, 인내, 놀이, 용서, 받아들임, 상실,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 그것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살고(Live), 사랑하고(Love), 웃고(Laugh). 그리고 배우라(Learn)'라는 4L의 가르침이 깊은 여운을 준다. ◆<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펙 이 책은 '심리학과 영성을 매우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중요한 책' 으로 평가 받고 있다. 삶에서 마주치는 고통과 정면으로 맞서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데 필요한 자기훈육과 영적 성장, 그리고 인간의 성장을 돕는 어떤 힘인 '은총'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소유냐 삶이냐> 에리히 프롬에리히 프롬의 <To Have or To Be>를 완역한 책으로 현대인의 생활양식을 소유와 존재로 이분해 살펴보고 있다. 물질적 소유와 탐욕의 소유양식에서부터 창조하는 기쁨을 나누는 존재양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그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도 제시해주고 있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함민복 시인의 첫 산문집. 그가 살아온 이야기와 그의 문학적 모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설가 김훈은 "그의 가난은 '나는 왜 가난한가'를 묻고 있지 않고, 이 가난이란 대체 무엇이며 어떤 내용으로 존재하는가를 묻는 가난이다. 그는 다만 살아 있다는 원초적 조건 속에서 돋아나오는 희망과 기쁨을 말한다. 나는 이런 대목에 도달한 그의 산문 문장들을 귀하게 여긴다."고 평했다. ◆김수연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 대표 약력▲1948년 경북 안동 생▲충주고, 한양대 영문과 졸▲동아방송ㆍ동아일보ㆍKBS 기자▲문화부 작은도서관지원협의회장▲한길교회 목사,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대표(현)▲모범독서운동가상(1992), 자랑스런 서울시민상(1994), 국민독서진흥상(1998), 독서활동상(2004), 독서문화상(2007)수상▲저서 <내 생애 단 한번의 약속(문이당)>윤승용 논설고문 yoon6733@윤승용 논설위원 yoon673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논설실 윤승용 논설위원 yoon673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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