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Non-Practicing Entities)에 대한 국제 규제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경쟁당국이 NPE 규제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삼성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도 NPE 규제를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초 서울에서 열린 '서울경쟁포럼'에서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경쟁당국이 참석한 가운데 NPE 규제를 논의하고, NPE 규제 현황과 법 집행 방향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선진국들은 NPE 규제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함께 참석한 삼성전자와 구글은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NPE는 특허를 사들인 뒤 제조나 서비스 활동에 활용하지 않고 특허료를 받거나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해 이익을 얻는 회사를 말한다. NPE는 대개 사나포선(私拿捕船·Privateering), 끼워 팔기, 특허 담합, 다중소송 제기 등의 방식으로 특허권을 남용한다. 사나포선 행위는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제조기업이 NPE에 특허를 이전하고, 경쟁사를 타깃으로 특허권을 공격적으로 행사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끼워 팔기는 NPE가 특정 기업에 필요한 특허와 함께 불필요한 특허를 사들이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NPE를 '특허괴물'이라고 칭하기도 한다.공정위 관계자는 "삼성과 구글 등의 기업은 기술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NPE의 특허침해 소송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잦아 규제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삼성은 모두 172건의 NPE 특허소송을 받았고, LG는 132건의 NPE 특허소송을 받았다.알렌 로 구글 법률고문은 포럼에서 "NPE와 소송 시 소송비용, 제품개발중단, 인력투입 등 유무형의 막대한 재정적 타격이 초래된다"면서 "NPE와 화해를 위해 막대한 합의금을 지불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NPE의 특허소송에 연루된 제품은 가격이 높게 책정되고, 결국 소송비용이 대부분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된다"고 주장했다.강기중 삼성전자 부사장도 "미국의 손해배상소송 과정은 여러 측면에서 NPE에 유리하다"면서 "현재의 법률시스템하에서는 침해금지명령 요건에 대한 엄격한 적용·해석을 통해 NPE의 남용행위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EU 등은 NPE 규제에는 공감하지만 조심스러운 접근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NPE가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혁신을 방해하고, 소비자 권리를 저해시키기도 하지만 발명가, 중소·창업기업 등의 혁신 아이디어를 상업화하는 등의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EU도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인수와 관련해 노키아가 특허괴물로 바뀔 우려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특허괴물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는 공감의 뜻을 보였다. 다만 NPE 모두가 문제가 아니라 권리를 남용하는 일부 특허괴물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NPE 전체를 규제하기보다 제도를 악용하는 특정 NPE에 대한 부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서울경쟁포럼이 NPE에 대한 국제 규제의 발판을 만드는 자리가 됐다"면서 "이를 계기로 앞으로 국제 경쟁 사회에서 NPE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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