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책사업, 장기적으로 평가해야

심순보 충북대 명예교수

올여름 강우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가뭄이 극심하다. 제주도에는 태풍 '나크리'로 인해 기상 역사상 최대라는 하루 15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기후변화의 영향일 수도 있어 놀랍고 걱정스러운 일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에 가뭄과 홍수 문제는 매년 반복돼 왔다. 그런데 이들 문제가 유독 최근에는 여름철마다 크게 이슈화되고 있다. 바로 4대강사업 때문이다. 일부에서 사업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 관계당국의 해명이 뒤따르고 결국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되는데 그 메뉴가 주로 가뭄, 홍수, 녹조 등 여름철에 많이 발생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슈화된 내용들을 살펴보면 사업 이후에도 하천정비와 수질개선에 40조원 이상의 예산이 계속 투입되는 점, 수질문제로 댐 방류를 늘려왔다는 의혹, 훼손된 습지의 경제적 가치, 수질 악화로 부산ㆍ대구시가 취수원을 이전한다는 주장, 건설사 입찰담합, 과거보다 늘어난 하천 유지관리비 문제 등이다. 일부에서는 4대강사업 부작용으로 65조원의 추가비용이 들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일부 확인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으나 모든 문제를 4대강사업 탓으로 돌리는 것은 곤란하다. 우선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향후에도 하천정비 및 수질개선을 계속하는 것을 4대강사업의 부작용으로 지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대부분이 국토부의 지류하천 정비계획 및 환경부의 물환경기본계획 등 4대강사업 전부터 추진했던 정책이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과는 별개로 전체 하천의 90%를 차지하는 지류하천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도 4대강사업 시행 전부터 지류하천 정비사업의 필요성을 발표한 바 있다. 우선순위의 문제는 있을지언정 지류 정비 자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댐 추가방류 문제는 일단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보 준공 이후 2012년 및 올해 극심한 가뭄으로 댐의 저수율이 낮은 상황에서 많은 양의 방류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환경적 문제도 많이 제기돼 왔는데 그중 하나가 사업으로 훼손된 습지의 경제 가치에 대한 것이다. 우포늪 등의 경제 가치를 4대강사업으로 감소된 습지의 면적에 적용하는 방법으로 6조원의 손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산정근거로 제시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보고서에서는 하천변 공간을 포괄적인 의미에서 '습지'로 간주한 것인데 이를 람사습지에 등록된 세계적인 습지와 비교한 것은 서울 강남의 땅값을 시골에 적용한 셈이 된다.  이 외에도 일부지역의 취수원 문제는 과거부터 상수원 수질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지역들이 대부분이어서 딱히 4대강사업의 부작용이라고 하기는 어려우며, 건설사 입찰담합 문제는 사회적 청렴도 측면에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또한 4대강사업 후 유지관리비 문제는 정확한 세부내역을 따져봐야 하겠으나 총론적으로는 그간 하천에 대한 유지관리 예산이 적어 관리부실을 초래한 면이 있으므로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단기간에 확인이 어려운 4대강사업의 긍정적 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논란들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거나 가중시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국책사업에 대한 평가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전체적인 손익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야 될 것이다. 4대강사업의 모토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목적 수자원사업이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는 적어도 100년 앞을 내다보는 문제다. 차제에 4대강사업을 포함해 국책사업에 대한 평가는 차분히 지켜보고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심순보 충북대 명예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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