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음란'하십니까. '안녕'을 인사해야 할 우리 사회가 음탕하고 난잡한 사건으로 연일 민망하고 남우세스럽다. '음란 행위' 검사의 엽기 행각에 쯧쯧 혀를 차다가 연이은 군내 성추행 사건에 얼굴이 불콰해진다. 사회 정의를 바로 잡으라고 했더니 인격을 겁탈한 검사나, 나라 지키라고 했더니 후임병을 침범한 선임병이나 변태스럽기는 오십보백보다. 동방예의지국의 '예의'는 어디가고 빗나간 욕망이 분기탱천하는 걸까. 사회가 망측해지는 만큼 인간의 본능은 대담해진다. '섹시하다'는 말이 칭찬이 된지는 오래다. '야한' 것이 상품이고 '야할수록' 비싸다. 속옷만 겨우 걸친 가수들의 야시시한 춤사위는 19금을 넘나든다. 대학가 서점은 발길이 줄지만 근처 모텔은 문턱이 닳는다. 영화 개봉 전 인터뷰에서 베드신이 격렬했니, 어쨌니 하는 배우들의 표정은 천연덕스럽다. 아침 드라마도 치정극이어야 먹힌다. 내 남편이 내 친구와 그렇고 그런 사이고, 나는 친구 남편과 어찌어찌 눈이 맞고. 결혼을 약속한 그녀가 이복 동생인 것으로 밝혀지자 주인공은 몸저 눕고 시청자는 드러 눕고. 며칠 전 A케이블 임원에게 들은 이야기도 야한 해프닝이다. 고객의 요금 항의가 발단이었다. 까칠한 고객 "아니, 우리 집 케이블방송 요금이 10만원이 넘었어요. 왜 이런 거예요." 친절한 A케이블 "유료 방송을 많이 보셨네요." 목소리를 한 옥타브 높인 고객 "내참, 우리 집에서 유료 방송을 볼 사람은 없어요. 나랑 마누라는 직장 가고, 집에는 어르신 혼자 계시는데." 여전히 친절한 A케이블 "요금이 부당하게 나갈 리 없습니다, 고객님." 한 옥타브 더 높아지면서 말까지 짧아진 고객 "내참, 당신들이 실수한 거야" 잠시 뒤 A케이블이 요금 내역서를 알려주자 괄괄했던 고객은 말을 잃었다. 이웃집 처자와 xx, xx한 금자씨… 온통 성인물 천지였다. 이내 고객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 아버지가….' 나이를 먹었다고 욕망이 사라질 리 없다. 먹고 싸는 것 만큼이나 '성'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다. 케이블 성인물 시장 규모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고 주 시청 시간이 대낮인 것을 보면 성인물도 당당한 콘텐츠 산업이다. 다만 픽션이 야해지는 것과 논픽션이 음탕해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여학교 앞 바바리맨은 까악 소리 한번 지르면 그만이지만 검사의 음란 행위는 용인될 수 없는 것처럼. 섹시하지만 음탕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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