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 정부 직접 나서 자국 기업 육성…한국은 입으로만 규제개혁, 실제로는 사내유보금 과세 등 기업 발 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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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중국과 일본 전자업체들이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한국 추격을 가속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서 전 세계 1위로 글로벌 전자업계를 호령하는 한국에 맞서 정부 차원에서 자국 기업 육성에 나선 것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사내유보금 과세' 등 각종 규제성 정책으로 기업들의 뒷다리 잡기에 나서고 있어 업계 안팎의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 육성을 위해 정책,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가장 위협적인 곳은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태생 단계부터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규모가 성장한 후에는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3위로 올라 선 중국 화웨이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장했다. 런 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으로 지난 2004년 글로벌 시장 진출 당시 중국 국가개발은행, 수출입은행에서 각각 100억달러, 6억달러의 지원을 받는 데 성공했다. 총 106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하는 정부 지원금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실탄을 마련하고 투자를 확대해 역량을 높여온 것이다.최근 중국 정부가 3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에 3년 내 보조금을 포함한 마케팅 비용 20% 축소를 지시한 것도 자국 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 애플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조사의 영향력을 줄이고 저가 스마트폰 위주의 자국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의도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TV와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 시장은 이미 중국 업체가 휩쓸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9년부터 농촌 주민이 가전제품을 사면 보조금을 주는 '가전하방' 정책을 시행한 이후로 중국 시장에서 해외 가전업체의 브랜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일본 전자업계도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일본은 최근 정부 주도로 차세대 신기술로 꼽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합작사 'JOLED'를 설립했다. 소니, 파나소닉이 연구개발 역량을 제공하고 일본산업혁신기구(INCJ), 재팬디스플레이(JDI)가 자금을 집중 투자한다. INCJ는 정부 기구나 마찬가지이고, JDI는 INCJ가 지분 70%를 보유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정부가 사실상 JOLED 의결권의 90%를 갖는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이 OLED 시장을 주도하자 보다 못한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 자국 기업들의 한국 추격을 독려하는 상황이다.반도체 부문에서도 자국 기업 육성을 위한 일본 정부의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차세대 메모리 개발 협력을 맺고 있는 도시바가 지난 3월 SK하이닉스를 상대로 기술 유출 혐의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업계 안팎에서는 일본 정부의 입김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시바가 일본 정부의 영향권 아래 있는 마스터 트러스트 신탁은행, 일본 트러시티 서비스 신탁은행 등 금융권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이라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반도체 원조지만 지금은 1위 삼성전자, 3위 SK하이닉스 등 한국 틈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반면 한국은 정부 차원의 지원은 커녕 오히려 규제에만 골몰하고 있어 기업 환경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사내유보금 과세 등을 거론하며 적기 투자를 위해 실탄을 쌓아 놓는 기업들의 경영 활동까지 통제하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말 기준 사내유보금은 148조6000억원이다. 이 중 삼성전자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53조원이다. 167조원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쌓아놓은 애플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LG전자 창원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LG실트론 이천 반도체 공장 증설도 모두 정부의 정책 변경이나 규제 등으로 막혀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암 덩어리' 규제를 도려낸다고 한 데 이어 이달중 규제개혁장관회의가 또 한 차례 예정돼 있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오히려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가고 있다"며 "해외 기업처럼 정부 차원의 자금, 정책적 지원은 바라지도 않고 기업의 뒷다리만 잡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다"라고 말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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