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단상]재난안전대책 해답, '스마트' 코리아에 있다

권영걸 한샘 사장

지금 대한민국의 화두는 '안전'이다. 평소 관심 밖이던 안전이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정부는 컨트롤 타워 신설을 발표했고, 전문가들은 연일 새로운 재난구호 조직에 대한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에 이르기까지 지난 20년간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나온 기구 신설, 조직 개편이라는 사후약방문이 되풀이되고 있다.  국민들은 믿음이 안 가는 표정이다. 과거의 재난은 자연재해가 주류를 이뤘기에 예측 또한 어려웠지만 현대의 재난은 인지 착오나 관리 부재 등 인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관리ㆍ대비ㆍ대응에 이르는 모든 절차에 만연한 아날로그식 낡은 관행이 피해를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약 70%로 세계 1위이며 세계 평균의 4.6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스마트기기가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공상으로 여겨졌던 일들을 일상으로 바꿔 놓았다. 위성항법장치(GPS) 정보를 수신해 현실의 사물에 가상의 정보를 덧붙여 보여주는 증강현실(AR)이 상용화돼 초행길도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고, 처음 가는 곳의 맛집도 쉽게 확인한다. 사물 간 원격통신으로 집에 두고 온 애완동물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인터넷에선 나의 온라인 소비패턴과 검색패턴이 분석돼 나를 조준한 광고가 내게 도착한다. 그러나 유엔(UN) 전자정부 평가에서 글로벌 분야 1위, 지역별 분야 1위, 온라인 참여도 1위를 차지한 대한민국의 스마트 기술이 재난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보기술(IT)강국의 명예가 무색하다.  우선 3000여종에 달하는 기존의 재난 대응 종이 매뉴얼을 스마트기기로 전환해 국민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자. 재난 대비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과 훈련이지만 수많은 유형의 재난 상황에 일일이 대비하는 범국민적 훈련은 불가능하다. 가정마다 상비된 소화기나 비상 약품처럼 국민 개개인이 스마트폰에 재난ㆍ재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상비하고, 사용자 간의 양방향성을 기반으로 직업ㆍ성별ㆍ연령ㆍ재난 유형ㆍ재난 발생 장소 등에 맞는 대응 요령을 실시간으로 제공받도록 하자. 이를 위해 소ㆍ청장년에서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위급한 상황에서 활용이 쉬운 사용자환경(UI) 디자인과 국민의 감성과 행동특성에 맞춘 사용자경험(UX) 디자인이 시급하다. 재난구호 단계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실시간 정보 공유와 데이터 분석의 고도화를 통해 구난자의 구조요청과 구호자의 현장 상황 파악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관습적인 신고 방식을 탈피해 구난자가 스마트 기기의 버튼 하나로 현장의 사진, 영상, 대화 등 관련 데이터를 재난 컨트롤 타워로 신속히 전송할 수 있도록 하면 구조에 필요한 데이터가 일순간 집약되고, 신속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구조의 방법과 절차를 신속히 결정하고 기동할 수 있다. 장소와 결합된 위치기반서비스(LBS)와 증강현실을 적용하면 3차원 입체영상으로 생생한 현장 상황을 공유할 수 있어, 민(民)ㆍ관(官)ㆍ군(軍)ㆍ경(警) 간의 협업과 실행에 자원과 시간을 줄여 최적화된 위기 대응이 가능해진다. 대형 사고가 있을 때마다 재해 담당 조직 개편을 해왔지만 재난은 끊이지 않는다. 안전관리 부처와 군ㆍ경ㆍ소방방재청 등 기구를 떼었다 붙였다 하기 보다는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스마트 기술을 안전행정과 재난 대응 체계 내로 끌어들이는 것이 보다 유효한 방법이다. 개인의 '모바일 참여'를 통해 각종 재난에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특정 국민 모두가 적응할 수 있는 쉽고 친숙한 스마트 환경이 설계돼야 한다. 이를 위해 민ㆍ관ㆍ산ㆍ학 관계자와 국내 최고의 UIㆍUX 디자이너, 빅데이터 분석가, 정보통신전문가, 재난전문가 등이 원탁에 앉아야 한다. 권영걸 한샘 사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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