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적 관계보다 전략적 경제 협력이 더 중요…'北 변수' 영향력 과거만 못해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은 한반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근본적인 입장 변화를 반영한다."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시 주석의 방한, 평양에 대한 냉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시 주석의 방한을 이처럼 평가했다.새로 취임한 중국 지도자는 북한을 먼저 방문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시 주석이 관례를 깨고 한국부터 찾는 것은 북한과 맺고 있는 이념적·정치적 관계보다 한국과 경제적·전략적으로 협력하는 게 중국에 더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했다.그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은 4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공식 만남은 1차례도 없었던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과 중국의 정책 우선순위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국에는 북핵 문제가, 중국에는 일본의 패권 견제가 급선무인 것이다. 그런데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그만큼 한·중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특히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핵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한층 단호해진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중국 정부가 236쪽에 달하는 대북 수출금지 품목 리스트를 공개하고 자국 은행의 대북 거래 제한 같은 조치를 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홍콩에서 발간되는 영자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국전쟁 중 중국이 북한을 지원한 사실, 1961년 체결된 '조중우호협력상호조약',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중시한 대북 외교관계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중의 공식 외교관계가 시작된 지 20여년밖에 안 된 상황에서 시 주석이 한국부터 찾는 것은 북한을 당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시 주석이 4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북한부터 방문한다면 중국이 이를 용인하겠다는 '잘못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한·중의 경제협력이 중요해진만큼 북핵 문제만 제외하면 북한의 존재감이 한·중 관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보다 현저히 줄었다는 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설명이다.미국 CNN 방송은 북핵을 둘러싼 중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된 언급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외신들은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중 경제협력이 1992년 양국 수교 이후 가장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정보기술(IT)·금융·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중국 기업 총수들이 시 주석과 함께 방한하는 것이야말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의 기업인들은 시 주석이 풀어놓을 선물 보따리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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