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성 치루은행, 채무 불이행 리청구도시개발공사 상대로 소송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중국의 한 지방정부투자기관(LGFV)이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은행으로부터 피소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중국 지방정부의 첫 디폴트(채무 불이행)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의 치루 은행이 지난시 리청구도시개발공사를 고소한 사실이 치루 은행의 연간 실적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치루 은행은 리청구도시개발공사가 약 3540만위안의 대출금과 610만위안의 이자를 갚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리청구도시개발공사가 이미 2년 전부터 대출 원리금을 갚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더 이상 참고 기다릴 수가 없어 법적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지난시에 본사가 있는 치루 은행은 리청구도시개발공사 지분을 0.08% 보유하고 있다. 리청구의 면적은 서울시의 약 5분의 1 정도이며 2003년 기준 인구 수는 약 85만명이다. 노무라 증권의 장 지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 이번 사건은 LGFV의 디폴트가 처음으로 공식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지방정부 채권 시장은 약 3조달러 규모로 추산되고 있는데 LGFV는 지방정부 부실의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최근까지도 은행으로부터 직접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지방정부가 LGFV를 설립해 편법으로 부채를 늘려왔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상하이 등 10개 지방정부에 독자적으로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는데 이번 치루은행 소송 건은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인 10개 지방정부에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정부 부실이 사실로 확인된만큼 투자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은행 관계자들은 LGFV가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은 특별할 게 없지만 이러한 사실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소재 은행의 한 대출 관계자는 "LGFV의 디폴트는 대개의 경우 회계상 조작을 통해 감춰진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반복돼 지방정부 부실이 속속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규제 당국이 은행의 회계 건전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은행들이 채권 만기 연장을 점점 부담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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