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창립 64주년 기념사를 통해 "자체적인 충격 흡수 능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외환시장의 질적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환보유액이 "최종적인 대외지급 준비자산"이라고 강조하면서 "안전성과 유동성 확보에 중점을 두고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는 과도한 '실탄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할 여지가 있어 원화 강세 속에 이런 발언이 나온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한은 별관에서 열린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안팎의 불확실성이 크다"며 직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그는 "하반기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나타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점차 높아지겠지만,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등 해외 위험요인과 세월호 사고 , 원화 절상의 영향 등 성장의 하방위험 요인이 상존한다"고 환기했다. 이 총재는 따라서 "금리 정책은 올해 하반기 뿐 아니라 내년 이후의 경기 흐름까지 고려해 운영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주요국의통화정책 변화와 그 영향, 국내경기의 회복 속도, 금융완화 기조 지속에 따른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금융 외환시장 안정에도 최선을 다 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를 위해 "거시건전성 종합점검체계 구축 등을 통해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조기에 포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개시장조작 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달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자체적인 충격흡수 능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외환시장의 질적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외환보유액은 최종적인 대외지급 준비자산이라며 의미와 용처를 뚜렷하게 설명한 점도 눈에 띈다. 최근 시장에선 금리를 조정해 원·달러 환율 급락세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마당이어서 이 총재가 어떤 의도로 이런 발언을 내놓았는지 관심이 높다. 이 총재는 앞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금리 정책으로 환율을 방어하는 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면서 환율 방어를 위한 금리 인하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과도한 쏠림은 좌시하지 않겠지만, 인위적인 개입에도 찬성하지는 않는다는 게 한은의 일관된 입장이다. 이 총재는 이외에도 "시장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중앙은행에 대한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면서 "정책 결정의 내용과 배경이 시장에 보다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소통 방식과 수단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오는 18일 국실장급 인사를 단행하며 정책협력팀(가칭)을 신설해 시장과의 소통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이 총재는 마지막으로 "통일 시대에 대비한 노력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면서 "화폐 통합 문제 등 통일시 예상되는 금융 경제 관련 중요 사항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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