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지난 5월 26일 오전 7시30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회사합병결정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포털 만년 2위 다음과 모바일 1위 카카오의 '세기의 결혼'이 세상에 알려졌다. 네이버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만년 2위로 절치부심하던 다음의 오랜 방황이 카카오와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시가총액 1조원, 매출 5300억원으로 코스닥 집단 서열 11위이던 다음. 1995년 인터넷 태초에 설립돼 무료 이메일 '한메일넷'과 커뮤니티 서비스 '카페'를 선보이며 국내 포털의 얼개를 제공했다. 다음은 2002년까지 닷컴업계 부동의 1위였지만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네이버의 벽을 넘지 못하고 2위로 물러나면서 10년 방황은 시작됐다. 검색 1위 자리도 네이버에 빼앗겼고, 2004년 9월 9500만 달러에 인수한 라이코스의 적자가 매년 불어나며 출혈이 늘어갔다. 수익성 개선과 국내 포털사 최초로 모바일 전략을 제시하며 2011년 말 주가를 15만원대로 끌어올렸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성장동력 부재론에 시달려 왔다. 몇 년째 성과 부진이 이어지면서 실적 악화와 해외 자금 이탈에 속앓이도 깊어졌다. 다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18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 15만원대를 가던 주가도 시장의 평가를 받지 못해 7만원대로 반토막났다.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만든 카카오. 네이버 출신인 김범수 의장이 창업한 카카오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와 게임 플랫폼에서 절대강자에 올랐다. 2012년 설립 6년만에 처음으로 69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주력 수익 사업인 게임 부문 매출이 정체되고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시가총액 125조원 텐센트의 '위챗'과 25조원 네이버의 '라인'의 공세에 밀려 해외 진출도 지지부진하다. 벤처로서 성장의 한계를 느꼈다고 말하는 카카오는 자금 확보 등 전환점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오른쪽)와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왼쪽)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다음커뮤니케이션·카카오 통합법인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백소아 기자)
포털 만년 2위와 모바일 1위가 합병한 것은 이같은 절박함이 작용한 것이다. 인터넷 업계 최대 규모 거래가 성사되면서 통합법인 다음카카오는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했다. 다음카카오는 시가총액 3조4000억원, 연매출 4000억원대다. 양사는 모바일과 포털 전 영역을 아우르는 콘텐츠를 확보하면서 성장의 기회를 맞게 됐다. ◆ 모바일 '권토중래' +반(反)네이버 전선 = 두 기업의 강점이 상반된다는 점에서 이번 합병은 '반(反) 네이버'라는 구호 속에서 어떻게 네이버를 따라잡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네이버가 포털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는 카드로 라인을 선택한 것처럼, 다음과 카카오도 포털과 모바일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이다. 다음의 경우 다음은 주요 수입원인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점유율 10%대로 1위 네이버(70%)와 격차를 7배 이상 벌이고 있지만 콘텐츠와 광고 등 수익모델을 주로 갖고 있다. 다음의 포털 구축 노하우와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에 접목되면 저변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의 독립 경영은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내년 5월 기업공개(IPO)를 준비중인 카카오는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노린 것이다. 카카오는 글로벌 진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해외시장 입지 확보를 위한 대규모 마케팅 자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양사의 핵심 경쟁력을 통합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카카오 경영진들은 라인에 비해 해외시장에서 밀린 이유가 마케팅 전략의 문제로 보고 있다. 메신저 플랫폼은 제품 자체보다는 현지화에 따른 마케팅 전략이 성공을 좌우한다. 시의적절하게 현지화된 마케팅을 실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라인과 격차를 벌였다는 분석이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시가총액 125조원의 텐센트를 등에 업은 위챗을 경계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번 합병으로 시총 3조원대의 공룡기업이 탄생했지만, 네이버(25조원)에 비하면 8분의 1 수준인데다 해외 시장 성공 가능성에도 의문이 남는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과 카카오 인수합병이 국내 인터넷 시장 판도변화에 도화선이 될 수 있을지는 결과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서네(서울대ㆍ네이버)vs연인(연세대ㆍ인사이더) 궁합은?' = 오는 10월 합병하는 카카오와 다음의 주요 경영진들의 인맥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카카오와 다음의 학맥은 각각 서울대 연세대로, 근무연은 각각 네이버와 인사이더(내부 출신)로 공통분모가 거의 없다. 통합법인 다음카카오가 출범하는 오는 10월부터 카카오 출신 600명과 다음 출신 2600명이 한 식구가 된다. 지난 26일 합병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석우 카카오 대표와 최세훈 다음 대표는 "수평적인 소통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잘 맞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4년 만에 급성장한 카카오와 16개사 계열사를 거느린 설립 19년차의 다음이 화학적으로 결합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창업자가 경영에서 손을 뗀 상황에서 지방분권화식 경영방식을 보여온 다음과 창업자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온 카카오가 갈등 없이 결합할지에 대해 일각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런 우려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양사 주요경영진들의 인맥 차이다. 카카오는 사내이사 8명 중 7명이 서울대 출신인 '서울대 천하'다. 김범수 의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86학번), 이석우ㆍ이제범 공동대표는 각각 서울대 동양사학과(84학번)와 산업공학과(97학번)를 졸업했다. 서해진 CTO(기술부문총괄)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강준열 CSO(서비스부문총괄)와 조항수 CMO(디자인부문총괄)은 각각 경제학과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네이버 인맥도 두텁다. 서해진 CTO(기술부문총괄)는 네이버 기술담당 출신, 강준열 부문장은 네이버 검색기획 실장 출신이다. 조항수 CMO(디자인부문총괄)도 네이버 수석PM을 거쳐 카카오로 옮겨왔다. 송지호 CFO(재무부문총괄)은 네이버 미국법인 재무 담당자로 근무한 뒤 카카오로 옮겨왔다. 카카오에서 유일한 연세대 출신 인사이기도 하다. 신인섭 CHO(인사부문총괄)은 김범수 의장과 같은 삼성SDS 출신이다. 반면 다음은 이재웅 창업자와 최세훈 대표가 연세대 86학번으로 전산학과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나머지 임원들은 남재관 부사장은 고려대 경제학과, 최정훈 부사장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신재홍 그룹장은 건국대 경제학과, 이상호 부문장은 카이스트 출신으로 다양하다. 카카오가 네이버 출신 영입이 두드러진 것과 달리 다음은 내부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 중용되는 분위기다. 사내이사 대부분이 다음 초창기인 2000년~2004년 입사해 10년 이상 근속한 인사이더에 해당한다. 2000년 1월 입사해 재무, 경영기획, 디자인 업무 분야에서 일해 온 이재혁 부사장(뉴플랫폼총괄)은 다음에서 근속기간이 가장 길다. 최정훈 부사장(제휴총괄)도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다음맨'이다. 소위 '새로운 피'는 카이스트 출신으로 네이버에 몸담은 이상호 부문장(검색부문총괄)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포털과 모바일에서 발빠르게 대응했던 다음이 네이버에 눌려 만년 2위로 밀린 이유는 외부 전문가 유입을 꺼리고 결단력 있게 사업을 추진해 갈 구심점이 없었다는 데 있다"면서 "김범수 의장이 두 조직을 어떻게 화학적으로 잘 결합시킬지가 다음카카오의 승패를 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Go? Stop? 다카오 출범에 신사업 제동=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으로 양사가 준비 중이던 신사업들도 줄줄이 급제동이 걸렸다. 다음카카오가 '새로운 IT역사를 쓰는 길'이라고 변화를 예고한 만큼 출범 이후 새판을 짜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첩되는 사업을 정리하거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모델로 전환하는 작업에 주력하면서 일부 사업은 일정이 연기되거나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오는 6월 출시 예정이었던 카카오 뉴스 서비스와 금융서비스(뱅크월렛)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뉴스 유통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초부터 뉴스 공급자와 물밑 접촉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부문은 다음 카카오 협공으로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꼽히는 만큼 카카오가 단독으로 출시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뉴스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언론사 제휴 기술력 등의 문제로 지지부진했다"며 "다음의 기술력과 네트워크 등을 활용할 경우 사업모델이 전혀 다른 모습을 바뀔 수 있는 만큼 출시 일정을 미루게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다음의 미디어 인프라와 카카오톡의 흥행요소가 결합할 경우 네이버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 판도 변화의 기회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4월 방문자 기준 포털뉴스 분야(PC) 점유율은 네이버 뉴스가 49.3%로 다음이 35.3%로 검색점유율(네이버 70%vs 다음 10%)과 비교해 격차가 크지 않다. 카카오가 다음달 오픈 예정인 송금 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도 출시 여부가 불투명하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통해 소액을 주고받는 송금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를 다음달 오픈 예정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부문은 합병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큰 데다 보안문제 등으로 출시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점도 있어 출시가 미뤄질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금 서비스는 쇼핑서비스(전자상거래사업)와 연계해 전자상거래 부문으로 확장할 수 있어 SK커뮤니케이션즈 등 다른 포털들이 일찍이 관심을 가졌던 분야다. 다음도 검색쇼핑을 강화하는 등 전자상거래 부문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는 만큼 여러모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소는 많다. ◆다음카카오? 다음카카오텐! = 다음과 카카오가 '새로운 역사를 쓰는 길'이라고 자평하는 다음카카오 출범의 숨은 주역으로 중국 텐센트가 떠올랐다. 카카오의 주요 주주인 텐센트는 다음카카오의 2대 주주로 급부상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할 전망이다. 다음카카오의 미래 전략 수립에 키맨이 되는 것이다. 이번 합병을 놓고 '다카텐(다음카카오 텐센트)'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그래서다.시가총액 126조원의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중국 인터넷ㆍ모바일 업계 '공룡' 텐센트는 카카오의 2대 주주이자 이사회 멤버다. 텐센트는 다음카카오 통합법인에서 9.9%의 지분을 확보해 김범수 의장(39.8%)에 이어 2대 주주에 오를 전망이다. 이재웅 다음 대표(3.4%)보다도 지분이 높다. 다음은 피아오얀리 텐센트게임스 부사장을 오는 8월 주주총회를 거쳐 사외이사로 선임하겠다고 밝혀 통합 법인에서도 텐센트의 영향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텐센트의 입김은 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텐센트가 이사회 승인절차를 거칠 때 합병에 찬성해줬고, 주주와 이사회 멤버로서 적극 지원해주기로 했다"고 언급한 대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텐센트가 다음카카오의 출범과 향후 일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하지만 텐센트의 역할이 다음카카오의 미래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미지수다. 자본 유입이나 글로벌 협업이 생태계 환경에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거대 내수 시장을 가진 중국 진출을 노리는 다음카카오가 인지도를 높이는데 긍정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거대 중국 자본이 국내 인터넷 모바일 산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텐센트는 카카오 외에도 CJ게임즈에 5330억원, 벤처캐피털 캡스톤파트너스를 통해 6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국내 ICT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와 다음카카오의 사업모델이 비슷한 데다 중국 거대 자본이 주주로서 입김을 내면 우리 기업의 고유 브랜드나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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