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은행 갈등 부른 쇠고집…금융당국선 국민은행 고객기반 우려
<b/>갈등 외부 표출, 소비자 불신도 키워전문가들 "은행 평판리스크 조장한 꼴"
이건호 은행장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KB금융대학 이건호 교수'. 최근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에 대한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대체적인 평가다.이 행장이 원리원칙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2만여명의 임직원을 이끌어 나가는 국내 최대 은행의 수장으로서 조직 내 갈등 조정 등 경영능력면에서는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로 고객기반이 흔들릴 것을 우려할 정도로 국민은행의 내부통제수준이 엉망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28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이사회와 이 행장이 극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데는 이 행장의 학자적 '원칙주의'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행장은 1999∼2003년까지 조흥은행에서 리스크관리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지만 한국금융연구원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거치면서 금융업계에서는 '학자'로 더 명성을 쌓았다. 이 행장은 은행장이 되기 직전에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도 맡아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불리기도 했지만 재무가 아닌 평판리스크 측면에서는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는 실정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민은행 내홍의 이유나 과정을 차치하고, 내부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도록 한 것은 결코 CEO로서 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전산시스템 분야는 로비도 많고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들의 투서도 비일비재한 일인데 이를 감독당국 검사청구라는 극약처방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최고경영자(CEO)로서 해서는 안 되는 어설픈 대응이라는 평가다. 현 은행권의 시각은 이 행장이 이번 전산시스템 변경과 관련해 보인 행동들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이 행장이 스스로 지켜야 하는 원칙에서 물러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목소리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대원칙은 고객신뢰를 얻는 것이며 행장 한 사람의 원칙으로 인해 조직이 대내외적으로 상처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 아울러 이 행장이 배임을 논하고 있지만 경영협의회 의장으로서 본인이 다 처리한 사안을 한국IBM 대표의 메일 한 통을 받고 나중에 뒤집으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들이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고 해결이 여의치 않을 경우 외부도움을 얻어서라도 흠결을 남기지 않으려는 완벽주의적 태도가 내부 분란을 증폭시킨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이 행장이 은행 실무에 대해 아직 어둡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고객만족도 최우선이라는 원칙론을 내세워 직원성과지표(KPI)를 가치향상지수(VI)로 바꾼 것이 한 사례다. 단순성과보다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의 고객만족도에 인사평가 무게를 더 두겠다는 취지다. 명분은 좋지만 실행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어 영업본부장들이 상당한 불만을 표출했지만 이를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금융당국의 시선은 더욱 차갑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산시스템 교체도 내부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전국에 집안싸움 중계방송을 하는 걸 보면 '아마추어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도 "KB금융 내부통제 부재로 소비자들의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한편 금융감독원은 전산시스템 교체 갈등과 관련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수뇌부의 은행계좌까지 검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나 향후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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