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포럼] 섣부른 벤치마킹보다 한국형 창업모델 고민하자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실장

벤치마킹은 기계, 전자, 소프트웨어 등 모든 산업계와 다양한 정책분야에 보편적으로 쓰이는, 웬만한 직장인과 연구자가 익히 그 뜻을 알고 있고 실제로 경험한 경영 혹은 기술개발 기법이다. 일반적으로 최고 수준과 자신의 수준 차이를 확인하고 그 원인과 함께 상호 간 장단점을 분석해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는 기법을 의미한다. 원론적 벤치마킹의 목적은 대상과 동일한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하는 카피캣(copycat)이 되자는 것이 아니다.  최근 정부가 창조경제 실현의 핵심 수단으로 다양한 창업 정책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국가의 창업 정책 및 성과 등이 언론 등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 국가인 이스라엘, 독일의 강소기업, 노키아의 몰락으로 창업 붐이 일고 있는 핀란드 등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관심이 마치 패션 아이템의 유행처럼 옮겨가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가 이들 나라 관련 정책에 있어 최고의 벤치마커로 등장한 것이다. 위의 나라들에 대한 벤치마킹 정보가 각종 언론과 전문가 탐방, 해당국 전문가 초청 강연 등을 통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들의 제품과 서비스 정보, 인수합병 소식, 최고경영자(CEO)의 언행들뿐만 아니라 근무환경까지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웬만한 대학생, 직장인이면 모두가 알고 있을 정도다. 믿거나 말거나 해당 국가 현지 한국인 기업가 등은 한국인들의 방문을 사양하고 있으며 대표적 강사들은 강연료를 올리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최근 유행처럼 다시 각광받는 곳은 바로 실리콘밸리다. 세계적 하이테크 기업인 애플, 인텔, 구글, 시스코 시스템즈,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이제는 자동차 기업인 테슬라 모터스도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트는 등 실리콘밸리는 21세기 글로벌 혁신의 랜드마크임에는 틀림없다. 마치 우리나라 스타트업기업들은 이스라엘 정신으로 창업해서 최종 목적지를 실리콘밸리로 진출해야만 성공한 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일례로 T2 벤처캐피털 CEO이자 '혁신의 열대우림, 실리콘밸리 7가지 성공 비밀'의 저자인 빅터 황은 실리콘밸리를 혁신 클러스터 이론과 다양한 경제이론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혁신의 미스터리'라고 얘기하고 있다. 미국과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부 주도의 지역 클러스터가 반드시 혁신을 창출하지 않으며 오히려 혁신을 제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권위적이지 않고 실패에 관용적이며 아이디어가 빠르게 활용 가능한 독창적인 문화를 실리콘밸리의 성공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또 다른 실리콘밸리 구축이 쉽지 않으며 실리콘밸리는 클러스터의 다음 단계라는 것이다.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인 피카소는 천재적 표절주의자란 말도 있지만 우리는 그의 작품이 누군가를 표절했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는 '좋은 작가는 베끼고 위대한 작가는 훔친다'는 말도 남겼다. 다른 화가들의 특성을 체화해서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창업활성화 정책은 경제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정책 벤치마킹에는 해당 정책이 만들어진 경제, 사회, 문화, 정치적 배경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와 현지화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한 우리만의 성공적 혁신모델 개발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 추진 역사가 미국, 일본, 유럽국가 등에 비해 그리 길지 않지만 적지 않은 국가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과 추진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한하고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현지에서 교육 중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창업모델을 해외에서 벤치마킹할 날을 기대해 본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실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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