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의 습격]용서, 마음사이즈 맞추기(56)

낱말의 습격

평생 동안 세상 사람들을가르치고 다닌 말을딱 한 마디로 요약해보라 할 제,공자는서(恕),이 한 글자를집어올렸다.그는 왜 그가 그렇게도 좋아하는어짊(仁)이나 큰 깨달음(道)이란 말 대신어쩌면 좀 낯설어 보이는이 글자를 택했을까.남을 용서하는 일,그것이 그에게도 그렇게 쉽잖은 일이었으며평생을 지고 나가야할 묵직한 생각의 항아리같은것이었던가.그것이 모든 삶의 옳은 출발이며또한 옳은 끝이라는 생각을하였던 것일까.恕 자를 들여다 보노라니,같은(如) 마음(心)이다.같아지는 마음이다.마음이 같아지는 것,그것이 세상 삶의 가장 핵심적인 원리란 말인가.실은 그렇게도 우리가 자주 <우린 한 마음이야>라고호언하고 그것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던그 정신적 유대가 바로,공자가 입이 닳도록 말한 생각들의중심이었던 말인가.얼핏 들여다보면 성낼 노(怒) 자와 아주닮아있는 이 글자는,성냄과 용서함이그리 멀지 않음을 웅변하는 듯 하다.아니 그 성냄과 용서함이 아주 멀지 않았으면 하는인간의 희원(希願)을 글자에 담은 것일까.살이(生)에서나는 얼마나 흔히 성내고,그러나 그 성낸 마음의 고집과 자존심에 취하여용서할 줄 몰랐던가.용서함이란성낸 마음의 끝오라기에여전히 떨고 있는 첫마음으로돌아가는 것인데도왜 나는 그런 회복과 화해를두려워하였던가.성냄과 용서함이라는 두 가지 마음짓에는아주 섬세한 마음의 이동이 있다.성냄은 기(己)의 마음이다.마음이 내 몸에 붙어 내 몸의 기세를 드높이는행위이다.나는 흥분한다.공격적이고배타적이다.나의 잣대에 타인을 맞추고그 규격을 벗어난 타인에 대해 가차없는비난을 퍼붓는다.성냄의 기본 특징은타인에 대한,자기성찰 없는엄격함이다.용서함이란 타(他)의 마음이다.비로소 나로 승(勝)한 마음과 몸의 기세를 접고,찬찬히 타인을 들여다보는 마음이다.이윽고 내가 타인이 되어,그의 입장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고,다시 나를 바라보는 마음이다.이런 마음의 상태를 말하기 위하여 공자는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을 준비하고 있다.그리하여 내 마음이 타인의 그 마음과온전히 같아질 때,그걸 용서라 부르는 것이다.성냄에서 용서함으로 옮겨가는 것은,내 몸 속에 외눈으로 뜨고 있던 자아의 분개가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깃든 겹눈으로따뜻하게 거듭나는 것이다.용서란 어찌 보면 사랑하기 위한가장 필요한 준비이다.사랑하기 위해서는 반듯한 마음밭이 필요하다.그 마음밭이 헝클어진 채사랑을 구하는 것은,그저 욕망일 뿐이요,사랑에 빌붙어 가엾은자기 최면으로 스스로를 속이려는삿된 치기일 뿐이다.스스로 가지런해지지 않으면타인의 마음이 될 수 없다.마음 속에 성난 자기만 들어차 있는 삶에게이타(利他)의 자기희생을 기대할 수는 없으리라.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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