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자금줄 '온렌딩 대출', 통합 산은에 막히나

합병 앞두고 정책금융공사 대표적 사업 5년만에 중단 위기경쟁관계인 시중은행과 거래기업 정보 공유 가능할지 의문[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정책금융공사(이하 정금공)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지원사업인 '온렌딩(on-lending) 대출'이 시행 5년 만에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이 11월께 정금공을 통합해 새로 출범하더라도 정금공의 온렌딩 대출만 전담하는 별도 부서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중은행을 통한 간접대출이라는 온렌딩 사업의 특성상 자연스레 지원규모가 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중소기업 중 저신용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시장이 줄고 조달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연도별 온렌딩 지원액 및 지원업체 수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온렌딩 대출은 정금공이 중개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하면 이들 기관이 자체적으로 기업을 선별해 지원하는 간접대출 상품으로 정금공이 설립된 2009년부터 시행돼왔다. 정금공은 이를 통해 기존 금융권에서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6∼11등급 중소기업에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시설자금의 경우 최장 10년까지, 운전자금은 최장 3년까지 장기 대출이 가능하고 기존 거래은행을 방문하는 것으로 대출이 완료돼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고위험 저신용 기업에 대해서는 공사가 직접 신용위험을 부담하는 신용위험분담제도도 운영하고 있어 모험자본이 들어가야 하는 기업의 유용한 자금조달창구였다. 지난해 4419개 중소기업에 6조7459억원을 지원하는 등 그 규모도 날로 늘면서 지난 5년 간 중소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해당 사업이 산은으로 이관될 경우 현재의 온렌딩 대출방식은 사실상 중단되거나 수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렌딩 대출은 간접대출 특성상 시중은행과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산은의 경우 여ㆍ수신 분야에서 시중은행과 경쟁관계에 놓여 있어 시중은행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금공의 경우 시중은행과 시장 마찰이 없기 때문에 협력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다. 산은은 정금공과 협력관계에 있는 중개금융기관 중 한 곳이었다. 온렌딩 대출을 통해 시중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정보를 고스란히 산은에 제공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 되는 요인이다. 온렌딩 대출은 정금공이 일반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는 대신 실제 대출이 이뤄지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는 구조다. 여기에는 거래기업의 신용등급은 물론 매출액ㆍ영업이익 등도 포함된다. 온렌딩 대출이 산은으로 이관되면 시중은행은 경쟁관계인 산은에 거래기업의 정보를 넘기는 셈이 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벤처와 창업기업 등 일반은행과 경쟁관계가 아닌 부분에 집중하는 등 온렌딩 대출방식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금공과 산은, 양 기관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의 대출규모 조정도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정책금융기관 재정립 방안을 내놓으면서 중소ㆍ중견기업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지만 업계에서는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대출 총액이 줄어드는 등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선언적으로 얘기했지만 중복대출 지적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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