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눈]김연아의 진짜 이야기, '렛잇고'

소치올림픽의 감흥과 안타까움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피겨 퀸’ 김연아(24)가 다음 달 아이스쇼 무대에 선다. 그 동안 수 차례 갈라쇼를 선보였지만, 이번 무대가 지니는 무게는 남다르다. 현역 은퇴를 고하는 작별 인사이자, 새로운 길에 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오프닝 무대를 ‘렛잇고’(let it go)로 선정한 것은 특별한 의미를 있다. 렛잇고는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에 삽입된 곡으로, 다른 이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자신의 길을 가려는 여왕 ‘엘사’의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인생 제 2막을 앞둔 김연아에게 렛잇고는 더 없이 잘 어울리는 노래다. 김연아 스스로가 말했듯 그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걷든 피겨와 동행할 것이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에 도전하는 등 한국의 스포츠와 피겨를 위한 외교적인 노력에도 앞장서겠지만, 은반 위에서의 새로운 도전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얼음 위에서 음악에 맞춰 자신을 표현하는 것, 이것이 피겨의 본질이고 김연아가 피겨를 사랑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김연아의 역할 모델이 되어 줄 카타리나 비트(50·독일) 역시 오래도록 은반 위에 머물렀다. 올림픽 2연패(1984·1988)를 달성한 그는 1988년 세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뒤 지난 2008년까지 무려 20년 동안 아이스쇼 무대에 섰다. 마지막 올림픽 프로그램이었던 ‘카르멘’은 TV아이스쇼(카르멘 온 아이스)로 재탄생했고, 정열적인 연기를 펼친 비트는 에미상(미국 TV부문연기상)을 수상했다. 선수 시절부터 독보적이었던 작품 이해력과 연기력이 경쟁 대회를 벗어나자 더욱 빛이 났다. 김연아 역시 아이스쇼를 통해 못 다한 이야기를 풀어 낼 것이다. 더 이상 현역 시절에서와 같이 완벽한 점프와 기술을 거론하며 그의 무대를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드러내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과거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김연아는 음악을 들을 때, 그 음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려 애쓴다”며 김연아의 타고난 음악적 감수성을 설명했다. 메달 경쟁의 압박을 벗어던진 지금, 김연아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손애성 본지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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