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치 후원금' 1등과 꼴찌의 이유

'모금왕' 박원석 정의당 의원 "한도액 넘은 줄 몰랐다"철도노조 파업 계기, 의리파로 노동자에 어필'모금꽝' 이해찬 민주당 의원 "달라고 홍보도 안했다"총리·당대표 거치며 후원금 계좌 자주 닫아

박원석 정의당 의원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장준우 기자] 지난해 12월 22일, 5000여명의 경찰이 철도 노조 지도부 9명을 잡는다며 민주노총 사무실을 급습했다. 새벽 1시부터 밤 9시까지 긴박했던 현장에는 철도 노조원 외에 한 국회의원이 있었다.경찰이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14층에 진입했을 당시 철도 노조원들의 곁을 지킨 사람이 바로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다. 경찰이 검거하려 했던 지도부는 이미 건물을 빠져나간 후였다.박 의원은 이 사건을 "박근혜 정권의 폭력 본성만 확인한 코미디"라고 힐난했다. 결과야 어찌됐든 이날 현장에서 보여준 박 의원의 모습은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많은 이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그래서일까. 그가 이변을 연출했다. 군소 정당 소속의 초선 비례대표 의원으로는 이례적으로 가장 많은 정치 후원금을 모집한 국회의원이 됐다. 박 의원은 지난해 전체 국회의원 가운데 가장 많은 1억9517만원의 후원금을 모은 '모금왕(王)'에 올랐다. 1인당 모금 한도액인 1억5000만원을 넘었는데 본인은 "내용을 몰랐다"며 공개 사과했다.정작 놀란 것은 박 의원 측이다. 정치 후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유를 서둘러 찾아본 것도 박 의원이다. 알아보니 박 의원의 공식 후원회를 통한 노동자들의 소액 후원금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인당 평균 기부액이 1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 별도로 신고해야 하는 30만원 이상의 기부자는 1980명의 후원자 중 단 4명밖에 되지 않았고, 가장 고액의 후원금도 100만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모금액 1위를 차지한 것보다 고액 후원금에 의존하지 않은 후원 내역에 박 의원은 감격했다고 한다. 그는 "현 정치자금법상의 모금 한도액을 초과한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휴일 등으로 제때 확인을 못하는 사이 초과된 것 등을 선관위에 소상히 소명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이 모금액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연말 철도 노조 파업 사태에서 보여준 활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정의당의 KTX민영화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도 기꺼이 맡았다. 경찰의 민주노총 압수수색 당시 박 의원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순간 급증한 접속자로 인해 먹통이 될 정도였다.

이해찬 민주당 의원

1등이 있으면 꼴등도 있는 법. 국회의원 가운데 지난해 정치 후원금이 가장 적었던 사람은 이해찬 민주당 의원이었다. 뜻밖이다. 6선 의원으로 총리와 당 대표를 지내는 등 유명세를 탄 의원치고는 후원액이 좀 적었다. 세종시에 지역구를 둔 이 의원의 정치 후원금 총액은 1350만원에 불과했다.그러나 여기에는 말 못 할 사정이 있다. 이 의원이 총리 시절부터 후원금 보기를 돌 같이 여긴 탓이다. 이 의원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총리로 재직하면서 후원금 계좌를 아예 폐쇄했다. 정치 후원금과 관련한 잡음이 생기는 걸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다. 이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에게도 당선 직후 "총리 재임 동안 후원금 계좌는 닫아 둬라"고 조언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2012년 19대 총선 당시엔 후원 한도액인 1억5000만원 상당의 자금을 모았지만 당 대표를 맡으면서 후원금 계좌를 또 한 번 닫았다. 당 대표 시절 새누리당 의원의 후원금 문제를 끈질기게 추궁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후보 시절 후원금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 2012년에 국회의원 자격으로 모금한 후원금은 500만원에 불과했다.지난해 대선 당시 야권 연대를 위해 당 대표에서 물러난 이 의원은 다시 후원금 계좌를 열었다. 그러나 후원금을 받기위한 특별한 홍보 활동은 없었다. 이 의원 측은 "지지자에게 부담을 주기 미안한 상황"이라며 "관행적으로 후원금을 받지 않아 왔고 가뜩이나 다들 어려운데 후원금을 달라고 하기도 애매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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