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강연 듣던 보시라이 아들 '한·중 공조해 일본 압박하는 건?'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美 컬럼비아대 특별강연

[아시아경제 김근철 기자]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과 최근 일본정부의 역사 부정 사례 등에 대한 특강을 가졌다.이날 특강이 열린 컬럼비아대 로스쿨 워렌홀 강의실에는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70여명의 학생들이 좌석을 가득 메우고 일부는 계단에 앉아서 경청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학생들은 "이처럼 중요한 인권문제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면서 "일본에 대한 법적 대응과 같은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조 장관은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고(故) 정서운 할머니의 육성을 토대로 구성된 단편 애니메이션 '소녀이야기' 를 상영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인도네시아에 끌려가 생지옥과 같았던 일본군 위안부 생활에 대한 생생한 회고 등이 담긴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는 동안 강의실 안은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일부 학생들은 간간이 눈시울을 적시거나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내기도 했다.이후 조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단순히 한국과 일본간의 논쟁거리로 보지 말아달라"면서 "이 문제는 보편적인 인권 문제이며 국제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풀어가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또 "여성에 대한 폭력을 종식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올바르게 단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강연 이후에 진행된 질문시간에서 일부 학생들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실을 오늘 접하게 됐다"면서 "당연히 소송 등을 통해 강력히 대응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칼럼비아대 한국법연구소 조세 하트 교수도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연구조사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학생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을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정말 걱정된다"며 대책을 묻기도 했다. 강연 듣던 보시라이 아들 깜짝 질문 "강연 잘 들었습니다. 그러면 이런 문제를 중국과 한국이 함께 공조해 일본을 압박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강연의 마지막 질문자는 준수한 외모의 한 중국 남학생이었다. 위안부 문제를 한국과 일본간의 분쟁이 아닌 보편적인 인권 문제로 부각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던 조 장관에겐 다소 예민한 내용의 질문이었다. 그런데 이 질문을 던진 주인공은 지난해 중국은 물론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시 당 서기의 아들 보과과(薄瓜瓜)였다.보시라이는 재판결과 뇌물수수, 공금횡령, 직권남용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컬럼비아대 로스쿨에 재학중인 보과과는 준수한 외모에 평소에도 거침없고 자유분방한 태도로 유명하다. 이날 보과과는 다소 늦게 강연장에 들어온 탓에 미쳐 자리에 앉지 못했지만 강의실 문 앞에서 선 채로 1시간동안 조 장관의 특강을 주의깊게 경청했다.조 장관은 이와 관련"우리가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의도는 단순히 일본을 왕따시키려는 것이 아니고 피해자들의 인권과 바른 역사 정립을 위한 것"이라면서 "다만 정부 차원은 아니지만 시민단체(NGO)들 사이에선 다양한 협력이 모색되고 있다"고 답했다. 물론 조 장관도 마지막 질문자가 보과과였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몰랐다.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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