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구 줄어도 돈 들여 귀농 장려하는 이유는?

[뉴스분석] 귀농 귀촌의 경제학...'1인당 169만원 사회적 순편익 발생'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한 귀농교육

최근들어 서울시의 인구가 계속 감소하면서 25년 만에 10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론이 있긴 하지만, 인구 감소는 곧 서울의 경쟁력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서울시는 오히려 매년 예산을 들어 인구 감소를 초래할 게 뻔한 '귀농ㆍ귀촌'을 장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자해 행위'라는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가 매년 수백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귀농ㆍ귀촌 교육을 실시하는 게 과연 '자해 행위'일까, 아니면 타당한 이유가 있을까? 서울시는 최근 지난해 말 현재 서울의 주민등록 인구가 1014만3645명이며, 거주 불명 등록자 15만3973명을 빼면 실질적인 인구는 998만9672명으로 1000만명 시대를 끝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인구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2010년 1057만5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1년 1052만9000명, 2012년 1044만2000명 등 꾸준히 줄었다. 서울시의 인구가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셋값 상승 등 부동산 문제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의 인구는 2010년부터 매년 약 10만명 씩 줄고 있는데, 지난해 서울에서 전출을 나간 10만550명 중 4만9200명이 주택문제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3만9000명은 결혼 등 가족 문제였다. 즉 결혼한 젊은 층이 집 마련을 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인천ㆍ경기도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전셋값이 비싸 경기도로 이주하는 '전세난민'들이 늘면서 서울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이었다. 2013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경기도로 이동한 인구는 171만3654명인데 이중 서울에서 경기도로 옮겨간 인구는 30만5970명을 차지했다. 수도권으로 옮겨간 인구 중 17%가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이밖에 10여개 정부 부처가 지난해부터 세종시로 이전하는 등 수도권 과밀화 해소 정책의 효과도 수도권 인구를 줄이고 있다. 정부가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이전 정책에 따라 2013년말 현재 150개 이전대상 공공기관중 35개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으며 올해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관광공사 등 75개 기관이 혁신도시와 세종시로 이전할 예정이다. 수도권 규제 등에 따라 제조업 공장들이 서울을 탈출하는 등 경제 여건의 변화도 인구를 줄였다. LG경제연구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제조업의 고용이 10년새 대폭 줄어들었다. 수도권의 고용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52%에서 지난해 44%까지 낮아졌다. 취업자 수는 220만명에서 195만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서울의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00년 89만명에서 지난해 51만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인구과밀에 따른 용지부족,지가상승, 수도권과밀화해소 정책 등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의 경쟁력과 생산성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인구가 줄어들면서 서울시 세수가 감소하는 반편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복지비용 지출은 증가해 지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젊은 층 인구가 특히 빠져나가면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어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반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많다. 서울에 인구가 주는 대신 통근권인 경기도ㆍ인천 인구가 늘어났으므로 수도권 차원에선 변화가 없고,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더 줄어 700만~800만명 대가 도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적정 인구 규모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매년 인구 감소를 초래하는 귀농ㆍ귀촌 장려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 산하 농업기술센터는 매년 귀농ㆍ귀촌을 희망하는 시민을 위해 내년 '귀농 창업 과정', '티칭팜 귀농 과정', '귀촌(전원생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1년에 500여명이 이 교육을 받고 귀농ㆍ귀촌을 하고 있다. 1인당 예산 21만원 정도로, 매년 1~2억원 가량이 들어간다. 시가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외적인 명분은 귀농ㆍ귀촌에 대한 교육을 통해 시행착오는 줄이고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귀농 창업 과정'은 이론과 실습을 병행해 전문 농업 경영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귀농귀촌종합 정보', '귀농의 이해', '작물별 기본재배 기술', '지방현지 귀농체험', '작물재배실습' 등을 가르친다. 10주간 80명을 선발해 실습 위주로 실시한다. '티칭팜 귀농 과정'은 평일 시간을 내기 힘든 직장인들을 위한 교육이다. 100명을 모집해 14주간 매주 토요일 교육한다. '귀촌 과정'은 전원 생활 준비를 위한 5일간의 교육이다. 농업 입문 교육 위주로, 전원생활의 준비와 이해ㆍ기초영농기술ㆍ전원생활현장 탐방 등이 주 내용이다. 이같은 교육을 받고 서울시를 떠나는 귀농·귀촌 인구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김춘진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2년 귀농가구는 사상 최대인 1만1220가구다. 2001년 880가구에 불과했던 귀농가구는 2004년 1302가구, 2008년 2218가구, 2010년 4067가구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1년(1만503가구) 이후 2년째 1만가구를 넘었다. 이처럼 서울시가 도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구 유출로 이어지는 귀농ㆍ귀촌을 장려하고 있는 이유는 도시민 1인이 농어촌 지역으로 이주할 경우 부정적인 효과보다는 과밀화 해소 등 긍정적인 효과가 커 사회전체적으로 순편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ㆍ인천ㆍ대전ㆍ대구ㆍ울산ㆍ광주 등 6대 광역시에 사는 도시민 1명이 농어촌 지역으로 이주할 경우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순편익은 1인당 연간 169만원(2008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농어촌 지역의 2008년 1인당 지역총생산 평균인 1912만원의 8.8%에 해당한다. 2인 가족이 귀농해서 10년간 농어촌에 거주할 경우엔 약 3380만원의 사회적 편익이 유발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도시민 1인이 농어촌으로 이주하면 일단 도시지역에서는 교통혼잡비용 및 환경오염처리 비용이 줄어들고 농촌 지역은 그 반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약 62만여원의 사회적 순편익이 발생한다. 교통혼잡비용의 경우 도시지역 1년간 1인당 교통혼잡비용(65만4300원)의 90.28%인 59만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농어촌 지역의 경우 교통혼잡비용이 없는 만큼 도시지역의 교통혼잡비용 감소분이 그대로 사회전체 순편익으로 연결된다. 환경오염처리비용도 사회전체적인 편익이 크다. 하수처리비용의 경우 도시지역에선 인구 1인이 감소함에 따라 1만3633원이 줄어드는 반면 농어촌 지역에선 인구 1인이 늘어나면서 비용이 7632원 증가해 사회 전체적으로는 연간 1인당 6001원 줄어들게 된다.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 처리 비용도 도시지역의 처리 비용 감소분이 연간 1인당 2만4264원으로 추산되며, 농어촌의 경우 별도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에 따라 도시민 1명의 귀농ㆍ귀촌으로 인해 사회전체적으로 줄어드는 환경오염처리 비용은 약 3만265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가장 크게 순편익이 발생하는 것은 농어촌 지역의 인구 증가에 따른 고용량 증가와 총임금 상승, 지역 총생산 증가 등이다. 도시민 1인의 유출로 인한 도시지역 임금 감소분은 1인당 약 14만4400원인데, 그 반대로 농촌 지역에선 약 25만6400원의 임금 증가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사회전체적의 생산액 증가는 1인당 106만8870원으로 추계되고 있다. 도시지역의 지역 총생산이 2087만9580원 감소하는 대신 농어촌 지역은 2194만8450원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민 중에서도 40~50대 및 대학 교육을 받은 이들의 농어촌 이주는 사회전체적인 지역 총생산 증가 효과가 1인당 평균 2300원 더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측은 귀농ㆍ귀촌의 경제적 효과가 순편익이 더 큰 것에 대해 "지역간 인구 조정을 통해 국가 전체의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을 사회적 편익 차원에서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연미 시 농업기술센터 귀농지원팀장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전원생활을 통한 다양한 삶의 가치 추구 등 귀농 귀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국가의 균형 발전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가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으며, 이같은 관점에서 귀농 귀촌 사업은 장기적으로 서울시에도 매우 유익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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