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브나화 가치 연일 최저치 경신…해외은행들 지점 임시폐쇄·인출금액 제한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의 합법성을 놓고 공방하면서 양국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정국불안이 경제혼란으로 이어지면서 외환위기 우려까지 불거지고 있다.◇과도 내각 합법성 공방=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2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축출 이후 들어선 과도 정부의 합법성에 문제가 있다는 러시아 외무부의 성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의 새 정부가 반대자를 탄압하고 신나치주의를 유포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의회는 우크라이나의 유일 합법 기관으로 정치·사회 위기를 해결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과도 내각 구성에 전념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최대 야당 '바티키프슈나'의 아르세니 야체뉵 대표를 신임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경제장관, 외교장관, 의회 의장 등을 역임한 야체뉵은 2011년 바티키프슈나 대표 율리야 티모셴코가 수감된 뒤 당 대표로 활동해왔다.◇러시아 군사훈련, 크림반도 긴장감 고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 군부대에 비상 훈련을 지시했다. 이에 러시아 국방부는 다음달 3일까지 15만명 이상의 병력과 90대의 전투기, 870대의 탱크 등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훈련이 통상적인 군사훈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전 단계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주민 60%가 러시아계인 남부 크림반도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크림반도에 도착한 러시아 의회 대표단은 러시아계 주민들에게 자국 여권 발급 간소화를 약속했다. 유사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국계 주민들이 빠르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2008년 그루지야와 전면전에 돌입하기 전 현지 주민들에게 자국 여권을 대거 발급한 바 있다.◇우크라 외환위기 우려= 정국불안이 심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은행권에서 18~20일에만 33억달러(약 3조5300억원)가 인출됐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확산되면서 우크라이나 정국불안이 외환위기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우크라이나 정부는 예금 인출 제한 조치를 마련중이다. 뱅크런으로 피해 본 대형 은행 5곳에 긴급 대출도 지원할 계획이다.이탈리아 은행 유니크레디트는 우크라이나 내 8곳의 지점을 잠정 폐쇄했다. 이와 함께 하루 인출 안도를 500흐리브냐로 제한했다. 다른 해외 은행들도 지점 운영시간을 축소하거나 인출 한도를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흐리브냐화(貨)가치는 연일 사상 최저를 경신하고 있다. 흐리브냐는 26일 달러당 9.81흐리브냐로 올해 들어서만 18% 폭락했다.현재 우크라이나가 기댈 수 있는 곳은 국제통화기금(IMF) 뿐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IMF 등 국제기구들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10억달러의 대출 담보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의 스테판 쿠비브 총재는 "모든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포괄적으로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방과 IMF가 자금 지원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강도 높은 경제개혁을 요구하고 있어 자금 수혈이 얼마나 빨리 이뤄질지 의문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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